유치

by 하일우


네 살배기 민경이. 의자에서 뒤로 넘어져 책상에 머리를 부딪혔다. 검사 결과 다행히 출혈과 골절은 보이지 않았다. 뇌진탕 진단 하에 부모님 안심시키며 엑스레이 사진 보여주다 방긋 웃었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게 보인 탓이다. 유치 밑에서 때를 기다리는 영구치가 뜻밖에 날 압도했다. 파릇한 희망의 상으로 읽혔다.



그래, 기다리자. 이 유치한 사바세계도 언젠가는 뽑히겠지. 눈 밝은 이들이 일찍이 일러주지 않았던가. 제대로 성숙된 세상이 머지않아 도래할 거라고. 기존의 묵은 틀이 영구히 와해되는 과정에서 참혹한 시련을 필히 겪어야겠지만.

이제 음도(陰道)를 보내고 양도(陽道)를 오게 하느니라. 구름도 가고 바람도 그치는 때가 돌아오면 사람 보는 것이 즐겁고 누구나 기룹고 사랑스러운 세상이 되느니라.

(道典 2: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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