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토끼정> 방문기
아침에 퇴근해 잠시 쉬다가 오송역으로 내달린다. 12시 9분에 KTX에 올라탄다. 10시 38분에 울산역 출발한 식솔들과 일주일 만에, 한 살씩 더 먹고 상봉한다. 김 원장 오더 받들어 역사에서 후다닥 산 <본정> 딸기케이크의 케이스를 두구두구두구두구 개봉. 아내의 안색이 화색에서 정색으로 급변한다. 쥐고 퍼먹을 삼지창은 어디메뇨. 북핵위기보다 무서운 저혈당위기에 예민해진 아내 왈, "그림의 떡이네."
잔뜩 쫀 내 귀에 아내가 이어폰을 꽂아준다.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스님 편을 보여준다. 케이크 케이스는 아이폰 받침대로 선용된다. 공복에 즐기는 미식의 향연이라니, 대단한 인내다. 식탐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배찜과 도토리 생면 파스타, 홍시 스민 라볶이 등. 완벽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사랑이(라고 믿고 싶)다.
서울역에서 한 작가님과 재회하여, 곧장 <토끼정>으로 스며든다. 잠시 대기하다 착석. '딸기통통' 빨아들이는 조안의 표정이 찌그러진다. 빨대 물어보니 알만하다. 암바사 맛이 강하네. 날치알 및 크림카레 우동을 호로록 흡입하며 혈당을 후다닥 올려본다. 소랑 돼지가 동거하는 '숯불구이 반반'에 함박스떼끼밥도 음미한다.
한 번쯤 별미로 즐겨봄직한 일본 가정식인데, 오들오들 떨면서 맛봐야 한다. 외풍 심한 서울역사점에 부득불 들러야 한다면, 롱패딩 착용을 권장한다. 요리 데우기 전에 요리조리 공간부터 훈훈하게 달굴 일이다. 요식 행위는 혀와 이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