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롹뺀드, 가을 정기공연
ALIVE는 시나브로 24기까지 뻗었습니다. 제가 4기였단 사실에 새삼 소름이 끼쳤습니다. 동아리의 발자취를 지구별 역사에 대입했을 때, 제 기수는 티라노사우르스가 활개치던 백악기 후기쯤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습니다. 베이스 매만졌고, 막춤을 도맡았고, 학점을 베이스로 유지하던 기억이 자욱합니다.
공연장을 찾아주신 지도교수님과 마주 앉아 근황 나누다 예전 기억 끄집어냈습니다. 근무 마치고 아침에 병원 벗어나 학교 짐에 가곤 했는데, 스트레칭 매트 위에 새근새근 널부러져 있는 전공의를 흔들어 깨워주시곤 했습니다. 덕분에 돌아가지 않은 입에 풀칠하고 있습니다.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공연 중간중간에 하는 경품 당첨 발표가 염통을 춤추게 했습니다. 주최측에 압력 넣어 큼직한 당근 끌어안은 홍 과장은 홍당무처럼 빨갛게 파안대소했습니다.
실컷 뛰고 마음껏 달리고, 최근에 딸이 즐기는 막춤을 오마주하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았습니다. 몇 년 전 공연 때 호기롭게 뛰놀다 심계항진과 과호흡, 토사곽란이 겹쳐 응급실까지 기어갔던 기억을 염통이 아직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때 손수 심전도 찍어준 아내의 신신당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직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습니다.
이특이랑 장우혁이 오묘하게 합쳐진 외모의 회장과 마주 앉아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였고, 곽진언 닮았는데 이름은 저랑 같은 후배와 건배하며 베이스 연주 솜씨를 칭찬했습니다.
목이 쉬도록 떠들다 집에 왔는데, 백팩을 점퍼가 감싸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가방 속 노트북은 뜨거웠고, 등짝은 따뜻했습니다. 사기 충천한 사나이가 불룩한 등으로 비틀비틀 휘적휘적 (기어가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은 살짝 티라노사우르스스러웠을 겁니다. 쌀쌀해진 가을날에 따스한 기억 하나 염통에 추가합니다.

머리 맞대고 손 모으고 하던 동아리 구호가 세월만큼이나 빨라졌더군요. 예전보다 4배속으로 외칩니다.
We are still AL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