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오름 둘레길
한라산 둘레길을 사각사각 밟았습니다. 꽃중년 강보식 선생님의 자상한 설명에 귀 기울이니, 밋밋할 뻔한 산행의 식감이 쫄깃하게 살아나더군요.
트레킹 전날 쏟아진 비 덕분에 촉촉해진 겨울 계곡을 더듬었고, 태풍에 쓰러진 거목의 독특한 뿌리를 살폈습니다. 깊게 대지를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뻗은 판근(板根)을 훑으며 제주가 화산섬임을 새삼 상기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제주공항에서 처음 만났지만 오래 사귄 듯한 인생 선배님과 주저리주저리 담소 나눴습니다. 넉넉한 미소와 중후한 음성에 마음이 포근해지더군요. 돌오름에 빠짝 다가갔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돌아섰습니다. 일행이 주저앉지 않을 적정선을 트레킹 고수께서 이미 간파하셨더군요.
막판엔 트럭에 올라타 바람 가르며 달렸습니다. 고구마스럽게 막혔던 가슴도 사이다처럼 갈라지더군요.
한라산의 매력을 감칠맛 나게 시식한 셈입니다. 다음엔 돌오름까지 꼭 올라가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