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병원 인턴이 되자마자 우리 응급실에 파견되어 4주 동안 동고동락했던(이름이 중원이라 ‘제중원 선생’으로 즐겨 불렀던) 박 선생을 위해 족발 페어웰 파티를 심야에 즐긴 당직을 마치고 병원을 벗어납니다.
여느 때라면 병원 바로 앞의 터미널로 갔을 텐데, 오늘은 기차를 탔어요.
대전과 울산을 오가는 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운행을 중단했답니다.
이사 시점을 묻는 서울의 귀인을 위해 울산행 KTX 안에서 타로 펼쳤습니다. 다음 달에 이사하는 게 한결 길하네요.
학원 꾸리는 대전의 도반을 위해 카드 훑었습니다. 4월 초까진 문 닫고 버티는 게 좋겠네요. 이 목을 잘 넘기면 상서로운 분기점을 맞이할 겁니다.
운수는 좋건마는 목 넘기기가 어려우리라.
道典 4:32:7
울산역에서 봄비 뚫고 귀가하여 장모님 표 라면 빨아들여요. 해리가 샐리를 만나듯, 오동통면과 스낵면을 만나게 해주시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어제의 <대성관> 짬뽕처럼 밥까지 말아서, 사찰에서 공양하듯 한 사발 비웠습니다. 피곤疲困과 식곤食困이 만나 기분 좋게 나른하네요.
집에서 조신하게 낮잠 한 사발 들이켜야겠습니다. 숙면 에피타이저는 파블로 카잘스 셰프가 요리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