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매서운 바람을 가르며 브롬톤 페달을 밟아 동부소방서까지 휘리릭 내달렸다. 병원전단계 119EMS 발전 컨퍼런스 참석차 지난 12월에 들른 이후 두 달 만이다. 브롬톤 접고 소방서 로비에 들어서니, 날 기다리던 직원께서 4층 세미나실까지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담당자의 브리핑을 듣고, 구급 기간제 근로자 채용 면접위원 자격으로 오후 2시부터 수십 명의 지원자들을 마주하였다.
대전소방본부가 내게 의뢰한 것은, 응급구조학과(혹은 간호학과) 출신 지원자들의 전문지식 및 응용능력 확인이었다. 이에 더하여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예의와 품행 및 성실성 등을 살펴서 일일이 점수를 매겼다. 응시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빠르게, 꼼꼼히 훑으며 지원자들의 신상을 파악한 뒤 입춘 직후의 눈비처럼 질문을 퍼부었다.
소독과 멸균의 차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차이, 토혈과 객혈의 차이, 혈변과 흑색변 차이, 이물질에 의한 기도폐쇄 시 부분기도폐쇄와 완전기도폐쇄 구분, 2도 화상과 3도 화상 구분 등으로 시작하여 비말로 전염되는 법정 전염병 종류, 호기말이산화탄소 감시 장치 적용 적응증 및 정상 수치,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 금기증, 명백한 사망의 징후, 전문 심폐소생술 처치 시 대표응급 약물 등을 물었다.
나아가 심정지 및 중증외상 등 중증환자 인계 시 전달 사항, 다수사상자 환자 발생 시 환자 분류 방법, MASS 분류 및 START 분류 중증도 분류 개념, 중증외상환자 분류 기준 중 생리학적, 해부학적, 손상기전에 따른 기준 등을 묻고 외상환자 쇼크의 단계, 실신의 정의와 원인, 화재 현장에서 흡입 화상이 의심되는 상황, 성문외 기도기 금기증, 화재 현장 독성 가스 중 임상적으로 중요한 가스 2가지, PTSD 정의와 대처법 등을 질문했다.
내가 의예과에 입학할 즈음에 태어난 청년들의 취미와 특기도 1+1스럽게 물어보았다. 남녀를 불문하고, 대부분 짐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크로스핏과 러닝을 즐겼다. 수영과 탁구, 스피드스케이팅과 첼로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이들도 있었다. 면접에 임하는 이들의 눈빛은 모두 간절했고, 그들의 몸짓은 한결같이 진중했다.
자기소개서에 담긴 이력부터 남달랐던 몇몇은 답변 역시 똑 부러졌다. 억음존양에서 정음정양으로 바로잡히는 우주의 흐름에 맞춰, 여성 지원자들의 존재감이 한결 더 돋보였다. 이들은 총기가 가득한 눈빛과 활기찬 목소리로, 흡족한 정답을 명징하게 피력했다. 경청과 공감의 13번째 유전자 키 펄스 주간에 젊은 인재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켜켜이 담을 수 있어 참 행복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가슴을 듣는 선물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슴을 들을 수 있을 때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가슴은 마음이나 감정보다 더 높은 주파수로, 더 높은 차원에 존재합니다. 이것이 선물 주파수입니다. 경청은 정말 멋집니다. 그것은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음의 힘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아무 의제도 없이 베풀고 신뢰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세상에 영원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더 깊이 경청할수록, 우리는 더 낙관적이 될 것입니다. 더 깊이 귀 기울일수록, 우리의 정신은 더 높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더 깊이 경청할수록, 우리는 더욱 더 오직 한 가지, 사랑만 듣게 될 것입니다.
_13번째 유전자 키 선물, 분별력(Discernment)
3시간 넘게 이어진 면접 덕분에 사람 공부 실컷 하였다. 내가 매긴 점수가 1/3 적용되어 응시자들 중 1/3이 합격할 예정이다. 이번에 뽑힌 이들이 이송할 환자들을 난 기쁘게 맞이할 예정이다. 아쉽게 떨어진 이들에게도 값진 경험이었길, 더 좋은 기회가 시의적절하게 찾아오길 염원한다. 모두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