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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Aug 07. 2017

일곱 번째 이야기 - 여행 그리고 이동(4) -

설레임의 발견. 휴먼의  여행에세이.

※ 본 글은 2011.7.18 블로그 ( 바로가기 LINK ) 에 게시된 글을 브런치 형식에 맞게 일부 수정한 글 입니다.


2007년 2월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Grey Hound 안, 미국


' 30여 시간 째 달리는 버스는 나를 추운 겨울부터 여름까지의 풍경을 보여 주었다. '


:: 이동 그리고 풍경... ::


불과 한달 전, 대한항공의 A380 첫 취항을 타기 위해 동경을 갔을 때 후지산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신주쿠에서 열차를 타고 후지산 근처의 도시 중 하나인 御殿場(고텐바,ごてんば)로 향하였다. 小田急(오다큐,おだきゅう) 열차를 타고 1시간여를 가는 동안 눈에 익숙한 풍경은 내 눈을 채워 주지 못했다. 설상 가상으로 일본의 장마가 시작하였으니 비가 내리는 광경만 실컷 봤다고 해야할까..?

무언가 눈으로 담으려는 기대를 많이해서 인지 실망만 가득 담아왔던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2011년 6월 고텐바로 향하는 오다큐센 전철안, 일본 / ' 무엇을 보고 있니...? '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우리의 세상, 특히 이륙 중인 항공기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 눈에서 점점 작아진다. 

그리고 이내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단편을 보여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고개를 뒤로 젖혀야 볼 수 있는 푸른 하늘로 인도해 준다. 탑승객들이 내는 크고 작은 소리와 항공기의 엔진소리를 뒤로 하고 창 밖으로 푸른하늘의 풍경과 움직임을 바라 보는 시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그 풍경은 출발지에 대한 그리움이자, 도착지에 대한 설레임이다.
그 풍경은 기나긴 비행 중에 떠오르는 수 많은 생각을 정리 해 주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푸른하늘을 만나는 그 시간이 나는 너무 좋다. 그리고 언제나 그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2009년 여름 한국으로 돌아오는 콴타스 항공기 안, 일본->한국 상공


'8개월여의 워킹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나 차 안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때로는 천천히 그리고  때로는 빠르게 우리의 기억속에 자리 잡는다. 


2006년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 수도인 프놈펜에서 캄보디아의 북부 도시 스덩스렌(Stung Treng)까지는 택시를 수배해서 이동하였는데 400KM 가 조금 넘는 도로 혹은 흑길을 달리며 그들이 사는 모습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택시 한대에 8명이 탑승 한 모습.
한글 로고가 그대로 남아있는 화물차를 수입해 운전하는 사람들.
마치 우리나라의 경부선을 만들 듯 캄보디아의 새로운 도로를 새로 내기 위해 자재들을 길 옆에 세워두고 작업을 하는 모습.

천천히 달려야 했던 작은 도시의 시장길에서 창 밖에서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들.

그리고 ...

어느하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나의 머리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그 때의 기억은 장시간의 이동으로 피곤한 나의 몸과 눈을 다시 깨워주어 내가 몰랐던 풍경을 추억이라는 페이지에 한 컷 한 컷 저장하게 해 주었다.


2006년 2월 프놈펜에서 스덩스렌으로 향하는 택시 안, 캄보디아


눈에서 본 창 밖의 광경이 자극이 되어 우리의 머리에 

' 이건 놓치면 안되... ' 
라는 메세지를 전달 해 주는 순간, 우리의 손은 소지하고 있는 카메라로 가며 

' 이렇게 찍어 봐야지... '
라는 생각과 함께 이내 곧 셔터를 누르게 된다.

' 에이 더 잘 찍을 수 있었는데 ' 
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잠시,  그 순간을 잠시나마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고 다시 그러한 자극이 오기를 기다리며 창 밖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2000년 여름 북유럽 최 북단 기차역 Narvik 역 앞, 노르웨이


'이곳에서 다시 24시간을 남쪽으로 내려가며 보았던 오로라의 기억... 가슴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셔터로 남기는 추억보다 가슴속에 남기는 추억이 오래오래 남는 때가 있다. 
2000년 여름 북유럽에서 가장 북쪽에 있다는 나르빅(Narvik)역에서 스톡홀름으로 내려오는 야간 열차에서 봤던 밤의 기차 밖 광경을 지금도 잊지 못하는데. 나의 가슴속에서는 그것을 ' 오로라' 라는 존재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다.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으나 가슴속에 남아있는 그 때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또렷하게 기억하기 위해 떠올리고 떠올릴 것이기 때문에...

2005년 2월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이동하는 기차 안, 스위스


'기억해 내려하면 할 수록 기억하기 어려운 장면들도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창 밖의 어느 풍경이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지... 
그때가 언제였는지, 어디를 가고 있었는지 같이 더듬어 보자. 그 기억을 통해 알게되는 새로움과 함께 세상을 더욱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창 밖의 풍경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짧은 시간 스쳐지 나가며 알 수는 없지만 가끔 그것을 향해 물음표(???)를 떠올린다면 그것을 느낌표(!!!)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의 가슴속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언제나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추억 할 수 있는 여러분의 이동이 되길 바라며  :)


'여행은 만남입니다'

The End of Travel Essay No.7

2005년 여름 동경에서 아오모리로 향하는 신칸센 안, 일본

'기억이 맞다면 이 풍경과 멀지 않은 곳에올 초 지진으로 영향 받은 후쿠시마 원전이 있다. 그날 본 푸른 하늘이 원래의 모습을 찾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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