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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l 10. 2020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파도 위의 돛단배처럼

[나와 우주의 미스터리]21. 감정의 진화  ②

 (이전 글: 감정의 진화  ① - 우리는 감정의 무고한 희생자였다) 


■ 감정의 실체   


그렇다, 우리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끼는 감정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의 스펙트럼까지  위아래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파동의 움직임 속에서 작동하는 '화학작용'이다. 


결론적으로 감정의 실체는 단순히 '메커니즘'일 뿐이다. 한 사람의 성격, 기질 또는 고쳐야 하거나 고쳐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란 말이다.


감정센터를 통해 오는 인식(awareness)은 비장의 즉흥적이고 실존적 인식과는 매우 다르게, 오랜 시간 동안 위, 아래로 끊임없는 움직이는 감정 파동(emotional wave)의 움직임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이 감정 파동은 희망에서 고통으로, 기대에서 실망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화학작용(chemistry)으로, 한쪽의 감정 스펙트럼에서 다른 한쪽의 스펙트럼을 거치는 동안 충분히 기다려서 명료함(clarity)을 얻은 후라야 제대로 된 인식을 얻게 된다.


먼저 감정 파동이 감정의 스펙트럼을 지나가는 동안 우리가 느끼는 열정, 침울함, 희망, 고통 등의 느낌은 인식이 아니라 단순히 에너지임을 알 필요가 있다. 감정 인식은 이 에너지가 모두 한번 돌고 난 이후에야 올 수 있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것은 100% 확실함(certainity)이 아니라 대략 65% 정도의 명료함(clarity)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모두 '느낌'에 관한 것이다.     


■ 감정적 존재란    


감정은 파동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모든 것을 경험하며 느끼는 과정을 통해 깊이와 지혜를 얻도록  설계되었다. 감정 인식은 현재 이 순간에 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파동의 고점 또는 저점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감정적 충동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말한다면, 단지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에 관한 것이다.


감정이 바닥을 내리쳤을 때 그 느낌을 바라보며 우울함과 함께 홀로 기다리는 것에 관한 것이고, 감정이 하늘로 치솟을 듯 환희에 가득 찼을 때도 그 느낌을 바라보며 성급히 뛰어들지 않고 기다리는 것에 관한 것이다. 


충분히 기다리고 인내할 수만 있다면, 설령 감정적 깊이나 지혜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에게 한 내 행동은 너무 심했어'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라며, 충동적으로 무언가에 뛰어든 결과 평생 가슴에 두고두고 후회로 기억될 추억들이 더 이상 늘어나는 것을 적어도 예방할 수 있는 유익을 얻을 수 있다. 


감정적 존재는 화학 파동이 자신을 고통스럽고, 우울하고, 낙담하게 느껴지게 할 때,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거나 혹은 그런 느낌 때문에 상대방을 탓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감정적 존재는 자신이 감정의 파도를 타는 존재라는 것을 이해하고 수용해서 파동 속에 평화롭게 존재할 수 있을 때, 그 파도의 꼭대기 위로 올라가서,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다양한 관점으로 심원한 깊이와 감정적 지혜를 갖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 파도 위의 돛단배처럼    

해양 스포츠 윈드서핑은 판 위에 세워진 돛에 바람을 받으며 파도를 타는 것으로, 움직이는 연결 쇠를 사용하여 돛 기둥이 움직일 수 있어 돛을 미는 바람의 이동에 따라 방향을 자유로이 정할 수 있다. 파도에 관한 판의 균형과 돛의 바람에 대한 균형을 조정하여 항해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치 파도타기와 같은 불안정한 감정이 보여주는 감정적 환경에 놓이게 된다. 사실 감정적 희망과 고통을 느끼며 웃고 울 때 가장 인간다워 보이기까지 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인간다움을  피할 길은 없겠지만, 적어도 파도와 바람을 이용하여 바다를 가로지르듯이 감정이라는 파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는 있다.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고, 감정은 깊고도 깊은 지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하니, 또한 제아무리 성난 파도라도 언젠가는 멈추어 잔잔해질 때가 있을 것이니, 끊임없이 출렁거리는 파도 위에 둥둥 있는 돛단배처럼, 파동이 이끄는 지점 지점의 모든 감정을 바라보고, 느끼고,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다면, 모든 출렁거림을 즐기면서 길고도 긴 인생이라는 바닷길을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멋지고 유능한 서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글: 감정의 진화 ③ - 새로운 시작,  그것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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