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lly Jul 16. 2020

우울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나와 우주의 미스터리]23. 우울과 창조 ①

■ 자살과 우울이 만연한 사회   


며칠 전 전 박원순 시장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사건 당일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도 난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아직 사망원인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우리 모두가 짐작하는 그것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자살은 생명체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자살은 대한민국 국민의 주요한 사망원인으로, 대한민국은  그대로 '자살공화국'   오래다.  박원순 시장의 사건이 터진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후에도 자살 소식이 끊이질 않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자살을 하는 이유야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 수많은 이유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단연코 '우울증'이다.


왠지 모르게 자연스레 떠오르는 또 다른 사건은, 2017년 말경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였던 종현 군이 우울증을 앓다가 우리 곁을 떠난 일이다.   


그랬다. 한국을 꽤나 떠들썩하게 했던 어느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 비통한 소식을 듣고도, 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그 비보를 '무심하게' 흘려 들었었다. 그 소식을 들었던 당시, 나 조차도 우울의 늪을 헤매고 있었던 터라 누군가에게 귀 기울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데다, 종종 들려오는 누군가의 자살 소식에 그다지 놀라운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불행하게도, 우울과 자살이라는 비참한 사건이 한국사회와 내게 너무 익숙해진 탓이었다.


고 종현 군에 대한 갑작스러운 비보는 한 동안 매스컴에 계속 이어졌고, 그의 유서도 대중에게 공개됐다. 유서에는 아무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한 채, 홀로 마음속 깊은 어딘가에 꿀꺽 삼켜 묻어 두어야만 했을 어둡고 깊은 내면의 고통들로 가득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난 오롯이 혼자였다. 끝낸다는 말은 쉽다. 끝내기는 어렵다. 그 어려움에 여태껏 살아왔다."


유서의 내용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심했던 나를 이내 먹먹하게 했다. 언제나 대중들에게 최고의 이미지를 보여야만 했던 연예인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홀로 치열하게 감당해야 했을 그의 처절한 괴로움, 외로움, 고통이 유서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이 고통을 탈출할 유일한 희망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그의 마지막 모습은 차마 떠올려지지 않았다.  


한편 예전에 어느 기사에는 급격히 노화된 모습의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의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매일 참을 수 없는 고통,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다고 고백했고, "나는 아침부터 보드카를 쏟아부어 마셨고, 눈물이 가득 차 더 이상 그 페이지를 볼 수 없을 때까지 글을 썼다" 고 밝히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조각 같은 외모를 자랑하던 멋진 스타는 온데간데없고, 창백하고, 여위고, 부쩍 늙어버린 어떤 낯선 남자가 서 있었다. 순간 사진을 보고 있는 나도 침울해지더라.


이렇게 극심한 우울증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비단 연예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도 종종 깊은 우울에 늪에 빠지곤 한다.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사람들 중 30~50%는 일생에서 한 번 이상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는 다른 정신질환 발병률을 훨씬 웃도는 수치인데,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종종 겪고 있는 증상이라니, 그나마 왠지 안심이 된다.      


10대는 성적 걱정에 우울하고, 20~30대는 취업, 돈 걱정에 우울하고, 직장인은 출근만 하면 우울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중년들도 우울하고,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재 홀로 사는 노인들도 우울하다.  


누구나 우울증에 노출될 수 있는 사회적 우울이 만연한 사회에서, 자살, 우울이 이라는 말을 이렇게 무심하게 쓰고 있는 이 순간의 내 모습도 참 우울하다.

 

■ 우울감에 대한 매우 부정적 인식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우울증'이라는 말은 어디에서부터 유래된 것일까?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울함이나, 슬픔, 침울함 등의 감정을 의미하는 말로 흔히 쓰고 있는 '멜랑꼴리’의 어원에서 '우울증'의 의미를 살펴보자.


'멜랑꼴리(melancholy)'는 검은색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멜랑(melan)'과 담즙을 의미하는 '콜레(chole)'의 합성어로, '흑담즙'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인간의 몸이 각각 특유한 성질을 가진 피, 점액, 황담 즙, 흑담즙이라는 4가지 체액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4 체액설'을 주장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특히 '흑담즙'은 차고 건조한 성질을 지녀 고대 그리스인들은 흑담즙이 과도하게 나오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병이 발생한다고 여겼다.


즉 '멜랑꼴리'는 고대 그리스 의학분야에서 유래된 용어로, 19세기 들어 근대인의 우울한 기분을 정의하는 용어로 정착해서 쓰이게 됐고, 이것은 현대 정신의학 분야에서 사용하는'우울증'과는 조금 다르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장기간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에서 증상은 유사하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의욕, 관심, 정신활동의 저하, 식욕저하, 불면증, 무기력, 공허함을 동반한 지속적인 슬픔, 불안, 우울을 그 특징으로 한다.


특히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태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가장 일반적이고 효과적이며 경제적이고 빠른 치료라고 알려진 약물치료(항우울제)에 의존하게 된다.


우리는 얼핏 봐도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우울증'이라 부르며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 탓에, 우울한 감정은 모두가 갖고 있지만 쉽게 드러낼 수도 없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억눌러야 하는 감정이 되어버린 게 우리의 현실이다.


(다음 글 : 우울과 창조 ② - 우울감에 대한 재조명)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시작,  그것은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