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시골학교(5)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늦었지만 5월이 지나기 전에, 이 날을 맞이하며 몇 가지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싶다. 작가가 학생일 때 느꼈던 스승의 날과 교사가 된 지금의 스승의 날은 사뭇 다르다. 예전엔 선생님께 드릴 꽃을 고르고 편지를 쓰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날이었지만, 지금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으로 시작된다. "김영란법 유의", "각별한 주의", "불미스러운 일 없도록"... 법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이 법이 과연 나 같은 일선 교사의 청렴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향한 것인지 자조 섞인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교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교사라는 직업이 존중받지 못하고, 교육 현장은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올해 스승의 날에는 한 여자아이가 조심스레 카네이션과 편지를 건넸다. 고사리 손으로 직접 접은 편지지와 감동적인 편지 내용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데, 고운 마음을 전해준 그 아이가 참 고마웠다. 소박하지만 예쁜 마음이 가득한 학생들이 있는 이 시골 학교에서 근무하는 작가는 참 행복한 교사다. 그런데 이런 호사를 나만 누리는 게 아닐까,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중, 믿기 힘든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최근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40대 남성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분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일했던 학교에서 삶을 내려놓았다. 멀리 떨어진 정선에서 근무하는 나에게도 이 소식은 큰 충격이자 깊은 슬픔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뉴스에서는 그 고인의 제자 50명이 쓴 추모 편지가 소개되었다. 글 속에서 그는 따뜻하고 성실한, 최선을 다했던 교사였다. 이렇게 학생들에게 따뜻했고 좋은 교사였던 그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상상하였다. 그 모습은 우리가 잃어버린 한 명의 교사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수많은 교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2023년 여름,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비극 이후 우리 사회는 분노했고, 교사들은 거리로 나왔다. 땡볕 아래에서 외쳤던 그 목소리들이 과연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거의 없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무한한 권력이 아니다.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게,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해달라는 외침이었다. 그 외침은 어디로 갔을까. 교대의 입학 성적은 해마다 하락하고, 젊은 교사들은 하나둘씩 교직을 떠난다. 그럴 때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
“누가 칼 들고 하라고 했어?”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보지 않으려는 이 시선들이 더욱 아프다. 故 서이초 교사도, 故 현승준 교사도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우리 곁을 떠나간 게 아니다. 이들의 죽음은 대한민국 교육의 붕괴를 알리는 경고이며, 우리 모두가 방치된 사회적 살인이다. 올해로 교직 10년 차인 나는 아직은 무사하다. 그러나 이 무사함이 안도감보다는 분노를 일으킨다. 내 옆의 동료가, 내 제자들의 또 다른 선생님이, 다음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스승의 날, 더는 꽃과 편지로만 의미를 나눌 수는 없다. 교사가 교사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과 존엄이 보장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