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의 표현, 르누아르의 붓질

보니에르 부인, 1889

by 남궁인숙

여름을 향해 달려 나가는 계절과 의기투합하기 위해 연구실 문을 아주 진한 파란색으로 시트지를 붙여 분위기를 바꾸어 보았다. 연구실 문을 파랑으로 바꾼 이유는 순전히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 Auguste Renoir)'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파랑 앓이'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화가의 작품 속에 사용된 색채 중 이번 주 강의 주제인 파랑의 색채에 잠시 빠져 보았다.

인상주의 화가들 중 파랑의 물감으로 내면의 심리를 표현한 화가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작품들을 감상하다 파랑으로 채색된 르누아르의 몇몇 작품 중 1889년에 그린 <그네>가 눈에 들어온다.

초록과 파랑으로 채색된 공원의 나무들이 시원하게 나무 그늘을 만들어 로맨틱한 화면을 보여주는 르누아르만의 붓질 구성 능력에 감탄하였다.

푸른색의 나무 그늘은 마치 사이키 조명을 연상시키며 쏟아지는 아름다운 햇빛의 흐름이 인상적이다. 젊은 아가씨가 수줍게 그네 줄을 잡고 예뻐 보이고 싶어 몸을 배배 꼬는 듯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인물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정성을 다해 그려내는 묘사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르누아르는 인상주의 화가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환경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으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특히 그가 즐겨 사용한 색은 녹색과 파란색이었다.

1889년에 그린 보니에르 부인은 요즘 여성이라고 해도 믿길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파랑의 물감으로 질 좋은 명품 의상을 표현해 놓았다.


그네, 1873


색채 심리는 고대로부터 우리의 삶 속에 녹아져 있는 광의의 개념이다.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색을 인지하고 빛을 통해 저절로 색을 인식하는 무의식의 과정 속에서 살아간다. 화가들은 이러한 색을 자유자재로 의식의 흐름 속에서 사용하는 색채 마술사들이다.

르누아르는 50세 이후부터 심한 관절염으로 고생을 하였다. 휠체어에 의지하며 심하게 뒤틀린 손가락에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찰랑거리는 햇빛을 그려내고 그 속에서 아름답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이들의 미소를 찾아 그려낸다. 그의 예술혼이 담긴 그림에 관한 철학은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예쁜 것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르누아르는 '행복을 그린 화가'라는 호칭을 얻었을 것이다.

르누아르가 작품 속에서 만들어낸 파랑은 안정, 공감, 온화, 찬란, 행복, 안락함을 주는 색이다.

절망을 희망으로 빛과 색채를 사용하여 삶의 경이로움을 관절염이라는 고통 속에서도 표현해 내며 인간이 누려야 할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화폭으로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요즘 컴퓨터 작업하면서 마우스를 사용하는 좋지 않은 습관으로 엄지손가락을 혹사시켰다. 결국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라는 병을 얻었다.

르누아르가 손가락에 붓을 매어 그림을 그렸을 때 얼마나 많은 고통이 따랐을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서 감정이입을 해본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생애 동안 5,000점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간 르누아르의 파랑의 작품에 깊은 애정을 보낸다.


하늘과 바다를 연상시키며 보는 사람의 마음을 상큼하고 가볍게 만들어주는 파랑은 차가운 이미지 또한 내포하고 있지만 르누아르는 사랑스럽고 예쁜 소녀를 표현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이면서도 고혹적인 여인을 파랑으로 채색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르누아르의 파랑을 사랑하며 그린 파랑의 여인들을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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