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면 왜 넷째 손가락까지 구부러질까?

by 남궁인숙

나에게 이종조카의 조카딸이 있다. 이모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다고 조카는 자기 아이에게 돌이 지나면서 말문이 트이자 나를 '이모님~~'이라고 부르게 하였다.

장난으로 시켜보았지만 결코 듣기 싫은 호칭이 아이어서 지금까지도 난 이 아이에게는 '이모님'이다.

이 아이가 벌써 예비 초등학생이 되었다. 일곱 살 때 처음 엄마로부터 피아노 치는 방법을 조금 익히더니 지금은 글씨를 써가면서 피아노 치는 방법들을 표시하면서 치고 있다고 한다.

피아노 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내주는데 독학으로 배운 피아노 솜씨치곤 제법이다. 너무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해서 2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 학원을 다닌다고 한다.

스스로 피아노 치는 것을 재미있다고 하는 걸 보니 전공으로 시켜도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부모의 욕심은 그 이상이 될 것 같다.

같은 나이여도 여자아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사고의 수준도 소근육 대근육의 쓰임도 남자아이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조카는 서윤(조카딸 이름)이가 직접 쓴 글씨라면서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내용을 보니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면 왜 넷째 손가락까지 구부러질까?라고 쓰여있었다. 나는 이 아이가 피아노를 치다가 새끼손가락을 사용하는데 넷째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것이 궁금해서 글로 써보고 손가락 그리기를 한 줄 알았다.

피아노를 치다가 알게 된 사실을 썼느냐고 물어보니 내 생각과 내용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서윤이는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을 그대로 따라서 써보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내용이 너무 흥미로웠다.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면 넷째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만 생각했지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참 호기심이 강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책을 보고 써 봤는지 그 책을 찾아서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책 제목이 ' 재미있어서 밤새 읽는 인체 이야기'라는 책이었다. 보내 준 사진으로 잠깐 읽어보니 신기한 것들이 많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서윤이는 왜 이 대목에 꽂혔을까?' 내가 서윤이를 대면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고 서윤이 엄마를 통해서 들으니 서윤이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받을 수가 없었다.



책 내용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 새끼손가락을 구부려보자. 그러면 옆에 있는 넷째 손가락까지 구부러질 것이다. 이는 뇌에서 지령을 전달하는 신경이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새끼손가락을 구부리려고 하면 대뇌에서 척수로 "새끼손가락을 구부려!"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척수 안에는 '회백질'이라는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 이 지령은 회백질에서 나오는 신경을 거쳐 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새끼손가락에 지령을 전달하는 신경과 넷째 손가락에 지령을 전달하는 신경은 같은 운동신경이다. 그리고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끝을 움직이는 근육도 딱 붙어 있다. 그래서 새끼손가락만이 아니라 넷째 손가락까지 함께 구부러지는 것이다.

그래도 훈련하면 피아니스트처럼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다. 즉, 신경도 단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은 다른 손가락과는 달리 독립적이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 재밌어서 밤새 읽는 인체 이야기(더숲) 중에서-


이제야 나는 서윤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훈련하면 피아니스트처럼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을 따로따로 움직일 수 있다.' 이 대목이다.

피아노 치기를 좋아하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서윤이는 이 내용에 꽂혀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이 아이 천재 아닐까?'



나는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이 책을 사주기로 하였다. 읽을수록 재미있는 책이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아이들에게 서윤이처럼 뭔가에 꽂혀 줄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원장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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