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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지 않아 걱정이에요."

by 남궁인숙

얼마 전 새로 입학한 현진이라는 아이가

있다.

현진이는 하루 종일 말수가 적었다.

놀이 시간에도 조용히 모서리에 앉아

혼자서 블록을 쌓곤 했다.

다른 아이들이 “같이 놀자!” 해도 그저

살짝 웃을 뿐이었다.


며칠 후 현진 어머니는 상담요청을 했다.

원장실에 들어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이가 집에서 말을 안 해요.

말을 못 하는 건 아니겠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하였다.


나는 현진이의 하루를 떠올렸다.

그리고 말했다.

어머님, 현진이가 말을 많이 하는데요.”

현진이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현진이가 블록을 쌓을 때의 손끝을,

친구의 그림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표정을 이야기했다.

그건 현진이만의 표현 방식이라고 말했다.


현진이는 말보다 마음으로 대화하는

아이라서, 조용하지만 아주 깊이 듣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했다.

그리고 현진이 어머니와 아동발달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얘기했다.


그날 이후 현진이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가져가는 현진이의 활동자료를 함께 보면서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라고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현진이는 기적처럼

말을 했다.

“엄마, 오늘 친구랑 같이 놀았어.”

현진이가 하는 말이 어눌하게 들렸지만

그 한마디에 현진 어머니의 눈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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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빛에서 질문을 읽고, 그들의 침묵에서 마음의 언어를 듣고, 어린이집 현장에서의 시간과 심리학의 통찰로, 아이들의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통해 예술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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