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며 짐을 정리하다가
낡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이미 색이 바랜 종이 위에는 또렷한
먹빛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손주에게 건네던
용돈 봉투였다.
그 글씨를 보는 순간,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는 것 같았다.
정갈하고 기품 있는 필체.
아버지는 참으로 글씨를 잘 쓰셨다.
단순히 잘 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그 안에는 사람의 품격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용돈을 주실 때도 그냥 건네지
않으셨다.
꼭 ‘외할아버지 장학금’이라고 적어
주셨다.
그 말속에는 단순한 금전 이상의 뜻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공부의 의미를 심어주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돈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하려는 교육이 담겨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한 줄의 글씨가, 이렇게 오래 남아
사람의 마음을 다시 불러낼 줄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특히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그렇다.
함께했던 시간은 멀어지는데,
그리움은 더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보고 싶다’는 감정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은 ‘추억’이라는 형태로
굳어간다.
살아 있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하나의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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