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호우로 서울의 금싸라기 땅은 집중 호우의 굵은 빗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싱크 홀을 만들고, 각종 침수의 피해가 속출되고 있다.
퇴근길 굵은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져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가 막간을 이용하여 브런치에 수록된 나의 글들을 읽어보았다.
수년 동안 어린이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 안에서 영. 유아들과 생활하며 느낀 것들을 어른들과 공감하기 위해 써 온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금 같은 시간을 보내온 수없이 많은 살아 있는 글감의 움직임을 찬찬히 읽어 보다가 불현듯 브런치 매거진에 글이 너무 많이 쌓여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된 작가들은 브런치에서 알아서 선정된 출판사에서 근사하게 책을 내주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동안 성실하게 써 온 이 글들을 그냥 온라인 상에 머물게 할 것인가 아니면 지면을 통해 누군가에게 읽히게 할 것인가의 문제의 기로에 섰다.
오래간만에 책을 출간해 달라는 독자층이 생겼다. 물론 나의 독자는 몇 안되지만 그래도 읽고 나서 코멘트해주는 적극적인 독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 이 순간 갑자기 '책을 출간해 볼까?'에 꽂힌다.
어떤 출판사를 통해서 어떻게 책을 출간할지 고민을 거듭해 보지만 딱히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출간과 관련해서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찾아서 읽어보니 출간하면서의 애로사항에 대해 써 놓은 글들도 있고, 어려웠지만 첫 출간의 기쁨을 써 놓은 글들도 있었다.
웹상에서 각종 출판사를 뒤져 투고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아보니 길이 멀고 험난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집에 갈 수 도 없는 상황이니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밀어 넣고 출판사의 주소를 찾아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손 때 묻은 내 소중한 책들을 꺼내어 펼치면서 그 책에 기록되어 있는 이메일을 받아 적었다. 이메일이 수록된 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홈페이지 정도의 주소만 기록되어 있다.
내 글에 맞는 출판사를 고르기에는 너무 기초 지식이 없었다.
출판사의 투고 조건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지도 않고, 닥치는 대로 주소만 있다면 벌겋게 달아 오른 눈으로 출판사의 목록들을 정리하였다.
출판사에서 요구하는 원고의 투고 형식도 모른 체 주소 찾기에 몰입하다가 금세 질려 버렸다.
잠시 출판사 찾는 일을 접어 두고, 그동안 써 왔던 글들을 차분하게 편집하기 시작하였다. 편집해 놓고 보니 40여 편의 글이 모두 A4용지의 100 페이지를 넘겼다.
이 많은 글들을 책으로 만들었을 때 과연 몇 페이지의 책이 나오게 될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투고할 원고를 다시 교정하여 간단하게 소개의 글을 10페이지로 만들어서 30여 군데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주어진 첫 비평을 진지하게 들어라.
비평가가 글의 어떤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그 부분에 몰두하라
그 부분이 바로 작가 자신만의 독창성을 담고 있으며 지켜야 할 부분이다.
- 프랑스 시인 장 콕토 -
정말 성격도 너무 급하다. 생각이 꽂히면 그대로 실천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느므 성격,
메일을 보내고 나니 밖은 캄캄한 밤이 되었고, 어느덧 비는 그쳤다.
과연 몇 군데 출판사에서 편집자의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를 하면서 총총히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