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이 상을 탔다고, 주변 지인들이
꽃과 화분을 많이 보내주셨다.
며칠 사이 복도는 작은 식물원처럼 변했다.
밖에서 월동준비를 하던 화분들까지 실내로
들여오다 보니, 어린이집 안은 갑자기 크고
작은 화분들로 가득했다.
그날은 첫눈이 갑자기 퍼붓듯 내렸다.
현관 앞은 아이들이 밟고 온 눈으로 금세
젖었고, 바닥은 미끄러워졌다.
당직교사는 서둘러 박스를 뜯어 바닥에 깔고,
아이들에게 “여기에서 신발 털고 들어오자”
하고 안내했다.
임시방편이지만, 눈 녹은 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그게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오전에 아이들 등원 맞이를 하던 중,
오랜만에 상현이 할머니를 만났다.
평소 잘 웃지 않는 분인 건 알지만 이날도
여전히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나는 인사를 간단히 마치고 다른 아이들을 맞이하러 돌아섰다.
시간은 흘러 오후.
상현이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분한 목소리로 세 가지를 말씀하셨다.
첫째, 원장님께서 수상하신건 알겠는데,
복도의 화분이 너무 많아 아이들에게
위험해 보인다고 하셨다.
조금은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둘째, 현관 바닥에 깔린 박스가 미끄러워
보인다는 것.
셋째, 실외 게시판에 날짜 지난 포스터가
그대로 붙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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