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한 편 보았다.
제목은 ‘왕과 사는 남자’다.
조선의 어린 왕, 단종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 한쪽이 자꾸
무너졌다.
역사 속에서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인데도,
화면 속 단종은 너무도 어린 얼굴이었다.
왕이라는 자리는 언제나 화려한 왕관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영화 속 왕의 자리는
'차갑고 외로운 의자'였다.
어린 단종 곁에는 그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영화 속 인물은
단종을 곁에서 보필하던 '상궁'과 '엄홍도'
였다.
궁궐의 작은 상궁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단순한 충성 이상의
것이었다.
왕을 모시는 궁녀이면서도,
어느 순간 누이 같고,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다.
그녀를 매화처럼 여기게 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순간처럼
보였다.
단종을 끝까지 지키는 인물이나 충신을
그래서 매화에 비유하는 문학적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문학에서 단종 관련 인물들을
매화·설중매로 비유하는 글들이 있다.
매화는 추위 속에서도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단종의 곁에서 끝까지 버티는 마음이 마치
매화처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단종과 함께 생의 마감을 같이 한다.
영화에는 또 하나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엄홍도"였다.
그는 궁궐의 권력 중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궁궐 주변을 맴도는 지나가는 행인 1이라는
인물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 속 엄홍도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잠깐 숨을 돌리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엄홍도가 단종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왕을 대하는 신하의 태도라기보다
어린아이를 걱정하는 사람의 눈빛이 보였다.
권력의 세계는 냉혹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었다.
엄홍도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거대한
비극 속에서도 잠깐 웃음을 만들게 했다.
어쩌면 감독은 이 인물을 통해 역사는
거대한 사건으로 기록되지만 그 안에는
늘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단아함을
갖춘 상궁이었다.
그녀는 과장된 감정 대신 절제된 눈빛으로
단종을 바라본다.
말 한마디 없이도 왕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달되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단종이 남긴 편지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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