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에서 피어나는 얼굴

by 남궁인숙

겨울이 길어질수록 사람의 마음도

깊어지는 것 같다.

차가운 계절은 세상을 느리게 만들고,

그 느린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유안진 시인의 '설매(雪梅)' 감상해 보자.


"동안거(冬安居) 마치고

나오시는 스님 몇 분,

미소 인지 화두(話頭) 인지

이 끝에 두 송이.

저 마디에 하나

하품하듯 피었다."


유안진 시인의 시 '설매(雪梅)'는 바로

그 겨울의 시간과 수행의 시간을 겹쳐서

보여준다.

이 시에서 그려지는


“동안거(冬安居) 마치고 나오시는

스님 몇 분.”


불교에서 말하는 '동안거'는 겨울 동안

절에 머물며 수행에 집중하는 기간이다.

바깥세상의 움직임을 줄이고 오로지

마음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끝난 뒤,

스님들은 절 밖으로 나온다.

긴 침묵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그들의 얼굴을 보며 잠시

멈춘다.


“미소인지 화두인지.”


그 표정이 미소인지, 여전히 깊은 화두를

붙잡고 있는 수행자의 얼굴인지 분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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