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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Sep 14. 2024

요즘 골프

 지인은 미국에 살았을 때 골프를 치다가 9홀을 치고 나서, 카트를 타고 집에 와서 점심식사를 하고서 시 필드에 나가 남은 골프를 치고 오는 게 가장 좋았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골프가 그냥 일상 스포츠여서 그린피도 저렴하고, 캐디 없이 칠 수 있고, 청바지를 입고 치기도 하고, 운동복을 입고도 칠 수 있어서 자유로웠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오니 골프장에 가면 여성들은 예쁘고 고가의 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서 골프를 치고 있고, 남성들도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고 다.

 한국에서는 고급 골프채와 고급 브랜드 옷을 입고, 비싼 신발을 신고 치는 것이 트렌드라고 다.

지인은 이것이 바로 'K - 골프'라고 표현하였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비싼 옷을 입고 골프를 치면 욕을 먹지만, 한국에서는 예쁜 옷을 입고 치는 것이 트렌드라고 하면서 구경할만하다고 한다.

휴일에 골프를 치기 위해서 필드에 나가면서 골프의상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나만 허접하게 하고 필드를 나가면 다른 친구들에게도 민폐가 되기 때문이다.

 골프를 친지 20년이 넘다 보니 의상에 그다지 신경 쓰이않지만 아직도 신경 쓰이는 것은 종아리너무 튼튼해서 신경이 쓰인다.

내가 골프를 치면서 스커트를 입고 치는 경우는 일 년 내내 손으로 꼽는다.


 어느 날 후배는 오랜만에 스커트를 입고  나에게 "언니! 항상 스커트 입으세요. 언니가 스커트를 입으니까 훨씬 잘 어울리고 귀여우세요."라고 했다.

그 후로 한여름 내내 나는 후배가 해 준 말에 용기를 내어 스커트를 입고 골프를 쳤다.

긍정적인 말의 힘이었다.



 어릴 때부터 허벅지보다 종아리가 굵었던 나는 하체 콤플렉스로 골프를 칠 때는 바지만 입었었다.

더운 여름에도 바지가 가랑이에 감겨도 긴바지만 고집하면서 골프를 쳤다.

그러나 후배의 자존감 높여주는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요즘에는 커트 입고 골프채를 휘두른다.

스커트를 입으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우리 오빠들도 내 종아리만 보면 놀렸다.

나이 드신 할머니들만 내 종아리를 보고 예쁘다고 해주셨다.

단점을 드러내어 장점으로 승화시키자.

굵은 종아리에 힘을 팍 주고서 냅다 드라이버를 내지르기로 했다.

'이 나이에 뭐가 두렵다고 굵은 종아리를 꽁꽁 감추고 살았을' 


"나이스 샷!"


"언니! 온 그린!"


"오늘 언니에게 그님이 오셨어요"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눌러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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