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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작가 Nov 13. 2024

보헤미안의 삶


 가을이 깊어가는 저녁, '문화예술회'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와인을 나누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와인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앙상블 '디 아니마'의 연주, 그리고 오페라 '라 보엠' 콘서트까지, 풍성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오페라 공연 '라 보엠'의 3막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로, 파리의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삶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주인공들은 가난하지만 자유롭고 열정적인 예술가들로, 특히 시인 로돌포와 재봉사 미미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시인 로돌포는 친구들과 함께 파리의 작은 다락방에서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겨울밤, 옆방에 사는 미미가 촛불을 빌리러 오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나면서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린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로돌포와 미미는 가난과 미미의 병으로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되고, 로돌포는 자신의 가난 때문에 미미를 충분히 돌볼 수 없다는 자책에 빠져 그녀와 멀어지기로 결심한다.

갈등 끝에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시간이 흐른 후 미미의 병세가 악화되어 그녀는 마지막으로 로돌포를 찾아온다.

친구들은 미미를 위해 약을 구하고 그녀를 돌보려 하지만, 결국 미미는 로돌포의 품 안에서 세상을 떠난다.

'라 보엠'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을 통해, 가난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보헤미안들의 삶을 현실적이면서도 애틋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보헤미안'(Bohemian)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벗어나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보헤미안들은 관습이나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중시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간다.

이 단어는 원래 체코의 보헤미아 지역에서 유래했지만, 19세기 프랑스에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헤미안'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들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예술과 문학을 중심으로 삶을 꾸려나갔으며, 특히 파리의 몽마르트르 같은 지역에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보헤미안 라이프스타일은 자유로운 삶, 예술, 창의적 표현을 중시하며,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자연적인 소재와 환경을 사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질적인 성공보다는 경험과 관계, 그리고 자아실현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날 '보헤미안'이라는 용어는 예술적 열정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개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된다.

현대의 보헤미안들은 디지털 노매드처럼 인터넷과 기술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함한다.

또한, 도시 속에서도 자연과의 조화, 환경 보호,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연결되며, 보헤미안의 삶은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규범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자유와 예술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은 보헤미안 정신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오페라는 네 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3막은 중요한 감정의 전환점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나는 바로 그 3막을 감상하였다.


 

 3막은 겨울날 파리 외곽의 눈 내리는 거리에서 시작된다.

차가운 분위기를 서정적인 오케스트라가 절묘하게 표현하며, 가난한 이들이 오가는 거리와 술집 속에서 미미는 로돌포를 만나러 오지만, 둘 사이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

로돌포는 미미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병세 악화가 자신과의 가난한 생활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이별을 결심한다.

미미는 슬픔 속에서도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 두 사람은 추억을 떠올리며 아리아 ‘Addio, senza rancor’ (이별이지만 원망 없이)를 부른다.

마르첼로와 무제타 역시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3막의 음악은 겨울의 차가움과 슬픔을 잘 반영하며, 특히 로돌포의 아리아 ‘Mimìè tanto malata’는 그의 깊은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이 장면은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삶이 현실의 고통과 시험에 부딪히는 순간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푸치니의 ‘라 보엠’은 진실된 감정과 연민을 담아내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이다.



  공연이 끝난 후, 즐거운 담소를 나누며 '문화예술회'를 위해 원우들이 아낌없이 후원하는 사례에 놀라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은 덕분이었을 것이다.

친구는 와인을 더 맛있게 즐기라고 벨큐브 치즈를 가져왔고, 얼굴도 예쁜 친구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을 받았다.

보랏빛 향기를 풍기는 여인이 준비해 준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예쁜 빨간색 가방과 핸드크림 선물은 마음을 울컥하게 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지니는지 새삼 느꼈다.

우리는 일상에서 바쁘게 살며 종종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애쓰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행동이다.

시간은 그 어떤 자원보다 소중하지만, 그 시간을 나누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것을 훨씬 더 값지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그 시간을 함께 나누며 관계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가는 일은 우리의 삶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다.

인생은 단지 덧없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다시 돌려받지 못할 삶의 일부를 주는 일이다.


     - 영화 <어른도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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