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by 남궁인숙

팔꿈치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건 두어 달 전부터였다.

팔을 뻗거나 물건을 들어 올릴 때마다, 전기가 흐르듯 찌릿한 통증이 따라붙었다.

'팔꿈치 엘보'

정형외과에 다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그때 누군가 조심스럽게 길동역 1번 출구에 위치한 사임당 한의원을 추천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보세요. 놀라운 변화가 있을지도 몰라요.”

"팔꿈치 엘보는 두어 번만 침을 맞아도 잘 나아요."라고 하였다.

팔랑귀......

이야기를 듣고, 나는 별 기대 없이 한의원에 전화를 걸었다.

진료를 보려면 한 달 뒤에 와야 한다고 했다.

사정사정 끝에 “혹시 취소 자리가 생기면 꼭 연락 부탁드려요”라며 희망을 걸었다.


그러던 오늘, 드디어 전화가 왔다.

간호사는 “오전에 진료 가능하신가요?”라고 했다.

나는 망설일 틈도 없이 “지금 가겠습니다!” 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리고, 한의원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사람, 사람, 또 사람.

사각형 룸의 대기실 안 바닥,

15명이 디귿(ㄷ) 자 형태로 침묵 속에 둘러앉아 있고,

의사 선생님은 순서대로 환자 옆으로 이동하면서

침을 놓아주고 있었다.

이곳은 대기실이 아니라 진료실이었다.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이 한의원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이런 진료실이 무려 다섯 개, 각 방마다 환자들이 가득했고, 한의원 밖의 복도 및 계단에도 대기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이쯤 되니 궁금했다.

“대체 이 한의원엔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을까?”

나는 내 옆에 앉아 있는 환자에게 물었다.

"여기서 침을 맞으면 정말 효과가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효과가 있으니 환자들이 또 오고, 또 소개해서 오니 이렇게 대기가 많은 게 아닐까요?"라며 대답을 했다.

'우문현답'이었다.


차례가 되어 나도 진료실로 들어갔다.

젊은 의사 선생님은 짧지만 친절하게,

환자를 진료하면서, 다정하게 환자의 증상을 듣고, 아주 소소한 사적인 대화도 이어가며, 환자를 편안하게 대했다.

예를 들어, 주말은 어떻게 지냈는지, 지난번 교회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되물어봐 주거나, 오늘도 진료 후 출근을 하는지 등을 물었다.

바로 이게 어르신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같았다.



차례가 되자, 의사 선생님은 내 팔꿈치를 살폈다.

그리고 아픈 팔 반대쪽 위치에 침을 놓았다.

“여기가 엘보 지점입니다. 통증이 유발한 곳 반대쪽에 침을 놓아 치료를 해야 해요.”

덧붙이기를 "운동을 쉬라고 하고 싶지만, 운동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조금 줄여봅시다"라고 하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왼쪽 팔과 다리에 침이 꽂힌 채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희한하게도 불편하진 않았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을까?’하는 반신반의 속에서도 조금은 기대하게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 한의원은 오로지 '침'으로만 치료하는 곳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계산대 앞에서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계산대 앞에 길게 선 줄, 환자들 사이에 나도 조용히 섰다.

‘오늘 하루가 온전히 한의원 day구나!’

이 정도의 인파라면, 뭔가 효과가 있어서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한의원에 환자가 많은 이유와 내가 다시 이곳을 찾을지 여부는 며칠 뒤 내 팔꿈치 통증이 답해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곳 한의원은 단순한 치료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 경험이 켜켜이 쌓인 치유의 현장이었다.

주말 아침, 나는 또다시 한의원 문을 두드린다.

여전히 대기줄은 상상을 초월한다.



오늘도 조용히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하자.



한의원에서


작사:콩새작가

작곡: 수노


1절

팔꿈치 시큰한 나날 위로

한 달을 넘긴 예약표

문을 여니 환자들로 인산인해

한방 냄새에 마음도 풀려


후렴

기다림도 치료라 했던가요

숨 고르듯 앉아 바라보며

침 한 자루, 바늘 끝에서

조용히 낫는 마음 하나


2절

하얀 가운, 묵직한 손길

눈빛으로 먼저 말을 건네

이야기보다 더 깊은 대화

침 자국에 스며든 위로


후렴

기다림도 치료라 했던가요

한 줄 진맥에도 담긴 마음

침 한 자루, 고요한 의식

오늘도 천천히 나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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