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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Feb 27. 2022

kiss the rain

장례식장 가는 길

두부를 손질하고  있었어요.

아이 저녁밥을 준비하는 중이었죠.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핸드폰은 언제나 그렇죠.



나는 남편에게 두부 요리를 맡겼어요.

아이를 재우는 것도요.

새벽에 돌아올 거라고 말하고

차키를 들고 나섰죠.

오늘 밤 고속도로를 타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밖은 어둡고 비가 내려요.

비 내릴 때 운전하는 거 진짜 별론데

비를 만나고 말았네요.

어쩔 수 있나요.

일은 이렇게 흘러가는 거죠.



오늘따라 왜 이렇죠.

창문이 너무 뿌예서 속도를 낼 수가 없어요.

비는 지저분하게 흩날리고

내 와이퍼는 제 기능을 못해요.

멈추고 싶지만

나는 고속도로 위에 있는걸요.



낯선 장례식장에 도착합니다.

장례시장은 항상 그런 법이죠.

수척한 얼굴 하나가 나를 알아봅니다.

우리는 일단 울고 진정한 다음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울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마저 울고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소싯적부터 위로가 서툴렀는데

나이가 들어도 별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수밖에요.

나는 고아가 되어 본 적이 없는걸요.

책에서 읽은 문장 몇 개를 입에 올리는 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었나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부끄러운 몇 마디를 더 토해 내고

장례식장을  빠져나옵니다.

다시 운전을 할 시간입니다.



다행히 비가 그쳤어요.

그런데도 시야가 이따금 흐려져

운전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어요.



나는 고속도로 위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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