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문장을 쓰고 나서는 그 문장을 설명하려고 멈칫거리다가 글을 결국 못 쓰는 경우가 잦다.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든 이해시키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다가 못하겠다, 포기하는 식이다.
오늘은 그런 노력은 접어둬야지.
더 도망갈 데도 없고.
두서없는 글에 도전.
(계획대로 되고 있어!)
2
영화를 봤다. 제목은 '몬스터 콜'.
아이와 암투병을 하는 엄마, 몬스터가 나온다. 엄마는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나는 게 너무 미안하다.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시도하지만 병은 깊어져만 가고 그런 엄마를 지켜보는 아이도 고통스럽다. 이 우울한 풍경 속으로 몬스터가 들어온다. 몬스터는 거칠게 아이를 다그치고 몰아붙인다. 네 이야기를 하라고. 매일 밤 꾸는 악몽을 실토하라고.
아이는 벼랑 끝에 매달린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 어떻게든 엄마를 끌어올리고 싶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엄마는 저 아래로...
아픈 엄마를 구하지 못하는 아이의 무력감이 만들어낸 악몽일까? 아니.
아이는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엄마가 낫지 못할 걸 알고 있다고. 이 시간을 견디고 지켜보는 게 너무 괴롭다고. 하지만 이런 생각을 품게 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다. 누가 자신을 벌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몬스터는 마녀를 죽이지 않았던 것처럼 아이를 벌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네(내)가 바라는 건 엄마가 죽지 않는 거라고.
사랑하는 엄마가 곧 죽을 걸 아는 고통과
엄마가 죽는 건 내가 손을 놓았기 때문이라는 죄책감,
그 이중의 고통 속에 자신을 가두었던 아이는 몬스터와 함께 벽을 부수고 나온다. 엄마에게 가야 하니까.
3
왜 영화 속 아이에게서 내가 보였을까.
아이들을 우선에 두고 수많은 선택을 하고 사는데도
나는 나쁜 엄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삶을 수없이 꿈꾸니까. 너희 때문에 내 인생은 망했다고 수없이 생각했으니까.
그럼 내가 아이들 얼굴을 마주하고
"꺼져버려!"
하고 소리쳐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나는 가증스럽게도
"사랑해."
라고 말하는 거지?
이런 이중의 진심도 가능하다.
가족은 그런 거지.
(오, 미션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