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해피앤딩?

영화/책 리뷰 아님

by 빅피쉬

영화 길복순-킬복순인가?-에서 말이야. 영화 후반부에 전도연이랑 설경구랑 싸우잖아. 전도연이 피 묻은 칼을 보냈지 아마.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나는 싸움인 건데. 전도연은 설경구를 앞에 두고 시작을 못해. 그가 자기보다 한수 위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 어떻게 들어가든 설경구는 그 수를 읽고 반격에 성공할 거고 결국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건 전도연 자신이 될 게 너무 뻔히 보이는 거지.

여기서 잠깐.

영화 본 지 2년이 지나 그때 그 장면이 내게 이렇게 돌아올지는 몰랐어. 아이들 앞에 선 내 모습이 설경구를 앞에 두고 수가 없어 입술을 깨무는 전도연 같달까. 너무 억지인가. 아이들과 내가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전투를 벌이는 건 아니지만.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틀릴 수도 있다니까. 나를 알고 아이들도 알다 보니 암담한 건데? 내가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뿅 하고 다 해결 이런 결말은 안 보인다고.

그런데 죽은 건 전도연이 아니야. 설경구가 죽었어.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아. 예상을 깨버린 빈틈이 뭐였더라. 사랑이었던가.

우리(?)는 어떻게 될까? 나를 알고 아이들을 안다고 했지만, 사실 나도 모르고 아이들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많겠지? 내가 알기로 사람은 변하거든. 무지라는 빈틈이 아니 성장이라는 변수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가져올지도 몰라. 에라, 대책도 없이 해피앤딩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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