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담군 Jan 14. 2023

자기주장 훈련, 나 전달법

할 말을 하는 방법


‘좋은 대인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공감, 경청, 수용의 자세가 도움이 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마치 ‘착하게 살아라’ 혹은 ‘양보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주고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심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잖아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그 사람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밀어넣고, 판단과 평가를 아무 검열없이 하는게 사실은 마음이 더 편하죠.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화법을 사용하기도 하구요.


제가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렇게 해야 원활한 의사소통이 되고 원만한 대인관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일방적으로 접어주라는 의미는 아니에요. 잘 듣기도 중요하지만 할 말은 할 줄도 알아야죠. 그래서 대인관계 상담 프로그램 중에는 ‘자기주장 훈련’도 있습니다. 내 욕구와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관한 거에요.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과도하게 양보하거나 희생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봅니다. 동등한 관계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이 절에서는 잘 말하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상대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게 있을 때, 또는 지금 그가 나를 대하는 방법이 고통스러울 때, 제한이나 훈육을 해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표현법입니다. 아마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바로 ‘나 전달법’입니다.


‘나 전달법’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항상 ‘너 전달법’을 써왔다는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너 전달법은 ‘너’를 주어로 사용하는 문장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너 왜 책상 정리 안했어?” 또는 “너 자꾸 거슬리는 말투로 말할래?” 등등. 요구나 요청사항이 있을 때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말하죠. 문장이 ‘너’로 시작돼요.


이런 말은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요? 비난을 당했다고 느낄 것이므로 바로 방어를 할 겁니다. ‘그러는 너는 뭐 잘했어?’라고 말이죠. 게다가 너 전달법 안에는 은연중에 내가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옳다는 의미가 깔려 있었습니다. 듣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통제하려 한다고 생각하겠죠.


‘너 OO하게 해야지!’라는 문장 안에는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말하는 사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 생략하는 것이죠. 성공하려면 공부해야 하고, 위험하니까 집에 일찍 들어와야 하고, 연락은 잘 받아야 하고 말이죠. 이건 그 사람 개인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가치관이 자기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따라야 할 보편원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이 너 메시지에서 드러나면서 충동과 갈등을 불러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대안이 바로 나 전달법입니다. ‘나는~’으로 문장을 시작하는 거에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 입장이 전달됩니다. 아까 너 전달법으로 들었던 예시를 나 전달법으로 바꾸면 “나는 네가 책상 정리를 했으면 좋겠어.” 또는 “난 네가 부드러운 말투로 하는 말을 듣고 싶어.” 로 바꿀 수 있겠네요. 간단한 차이이지만 훨씬 너그럽게 느껴지지 않나요?


친구든 가족이든 우리는 궁극적으로 서로가 행복하길 바랍니다. 대화란 두 사람이 잘 지내기 위해서 조율하는 과정이죠.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요청을 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나의 바램 때문입니다. 그게 윤리적으로 옳아서, 인간된 도리여서, 한국사회의 문화여서 등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니까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 강조하는 게 중요하죠. 또한 요청을 듣는 사람도  상대의 말 안에 바램이 있을 때 그걸 받아들이기가 더 쉬워집니다.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나 전달법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릴게요. 말을 할 때 나를 주어로 하되 사실/감정/영향의 순서대로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네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으면/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서운해/그리고 속상해. 이런 순서에요.


여기서 ‘사실’이란 일어난 일을 그대로 아무런 평가와 판단 없이 옮기는 겁니다. 잘했다, 못했다, 옳다, 그르다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밤에 늦게 들어와서’ ‘연락이 며칠째 안 와서’ ‘책상이 어질러져 있어서’ 와 같은 말은 아무런 가치판단 없는 있는 그대로의 실상입니다. 아까 말한 대로 가치는 주관적이라서 여기에 판단이 들어가면 상대는 그때부터 듣지 않으려고 하고 방어태세를 갖춥니다.


여기에 감정을 연결합니다. 늦게 들어와서 걱정 되고, 연락이 안 와서 서운하고, 책상이 어질러져 있어서 혼란스럽죠. 그리고 걱정이 되면 밤에 잠이 안 오고, 서운하면 속상하지요. 주변이 정리되면 마음이 편할 것 같구요. 이렇게 영향을 연결합니다. 그러면 나 전달법에 입각한 훌륭한 문장이 되는 겁니다.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편안한 감정에 머무르기를 바랍니다. 속상하거나 혼란스러워 하기를 바라지 않을 거에요. 내 주장이 바른 자세, 도덕 윤리에 맞으니까 따르라고 하면 반발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행복할 거고 고마울 거다라고 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요청을 받아들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나 전달법은 갈등을 줄이면서, 주장의 설득력도 높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각자 개인입니다. 자신이 행동하고, 선택하고, 책임집니다. 개별적인 주체가 권리를 누리고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서로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면 좋은 세상이 오겠죠. 나 전달법의 실천은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될 겁니다.

작가의 이전글 도대체 잘 듣는다는게 무슨 말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