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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군 Feb 13. 2023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이 있다구요?

내적 동기라는 마법

    

여러분 중에는 그런 게 실존한다고 믿긴 어려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세상에는 공부가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고 수학 문제를 푸는 학생들이 있죠. 지칠 때까지 운동을 하고 뻐근해질 팔을 붙잡으며 만족스럽게 귀가하는 운동선수들도 있습니다. 누가 먹을 걸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그걸 하면서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서 밤을 꼴딱 새곤 하죠. 그 정도로 강렬하진 않겠지만 비슷한 기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모든 활동은 그 자체의 재미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학교 공부로 우리는 세상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익히죠. 꽤 많은 호기심을 채워줍니다. 새로운 걸 알게 되잖아요. 역사를 배움으로서 현대 대한민국의 기원을 알게 되고, 물리를 익혀서 사물들의 운동 원리를 익히지요. 국어를 배우면 배울수록 한국어와 그 문자로 얼마나 위대한 예술 작품과 지식 보관소가 만들어 지는지 놀랄 지경입니다. 지금 교과서 지면을 채우는 연구를 한 학자들도 자신만의 지적 허기를 채우면서 이런 진리들을 발견한 것이거든요.


지식에 대한 기본적인 호기심 말고도 인간에게는 여러 내적 동기의 요소가 있습니다. Deci와 Ryan은 자기 결정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외적 동기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입니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는 활동은 누가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주지 않더라도 더 하고 싶게 된다는 것이죠.


자율성은 ‘스스로 선택한다는 느낌’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일을 더 즐겁게 합니다. 여러분이 직접 진로를 선택했고, 그 길에 적합한 공부를 한다면 힘들어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러나 강요당해서 억지로 한다면 그렇지 않겠죠. 그러므로 자기 인생의 목적을 스스로 결정하면 자율성에 의한 동기부여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그 뿐 아니라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것들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수학을 먼저 할지 국어를 먼저 할지, 필기를 할지 그냥 눈으로 읽을지, 자기 책상에서 공부할지 아니면 독서실을 다닐지 등등. 아주 사소한 선택들도 스스로 하는 순간 그 활동이 더 즐거워집니다.


유능감은 자기 효능감이라고도 합니다. ‘잘한다는 느낌’입니다. 노력하면 좋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이죠. 여러분도 기본적으로 잘하는 과목들에 더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나요? 누구나 자신의 전문 분야에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재미를 느끼고 더 몰입하지요.


유능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칭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잘한다는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사소한 성취로 보이는 것에도 ‘나 진짜 잘하는데?’라고 말해보세요.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는 행동은 좀 치사할 정도로 과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잘하는데도 1등이 아니면 과소평가 할 때가 더 많으니까요.


관계성은 ‘남들과 연결지어져 있다는 느낌’을 말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지요. 그래서 내가 하는 활동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고,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여길 때 동기가 더 커집니다. 예를 들어 의학이나 간호학을 배우면서 나중에 다른 사람의 병을 더 잘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공부가 더 재미있어집니다. 내가 하는 공부를 인류 전체에서 내가 할 역할과 연결해 보는 것이죠. 작게는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배운 것을 설명해 보는 것 관계성을 체험하는 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공부에 열중할 이유가 생깁니다.


이렇게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과 같은 내적 동기는 외적 동기보다 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책을 놓지 않게 하지요. 심지어는 방해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걸 이겨내고 공부에 열중할 수 있게 합니다. 내적 동기의 샘은 고갈되지 않고, 그 보람은 영원합니다.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의 관계를 잘 설명하기 위한 설화를 소개하겠습니다. 옛날에 공원에서 쉬는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 아이들이 놀러와서 떠들곤 해서 그 노인의 여가를 방해했지요. 노인은 아이들이 공원에 와서 놀 때마다 500원씩 동전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돈도 받으니 금상첨화였죠. 그러다가 어느 날 노인은 아이들에게 ‘오늘은 돈이 없어서 각자 100원밖에 줄 수 없구나’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금전에 대한 기대가 좌절되서 ‘저희가 이걸 받으려고 여길 온 줄 알아요?’라고 투덜대더니 다른 곳에 가 버렸다고 합니다. 노인은 드디어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 공원에서 뛰어논 것은 놀이의 즐거움이라는 내적 동기 때문이었습니다. 돈을 받다 보니 금전적 이득이라는 외적 동기가 같이 생겼지요. 점점 외적 동기가 공원에 오는 이유가 되고 내적 동기가 그만큼 사라졌지요. 그 동안 동기를 부여해주던 돈의 양마저 줄어들자 더 이상 공원에 올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공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골치아프고 인내를 필요로 하는 활동입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죠. 그러므로 용돈의 상승, 좋은 직장 획득과 같은 외적 동기, 자율성과 유능감 같은 내적 동기를 총동원해야 하지요. 여러분이 이런 도구들을 잘 다룰 수 있다면 ‘공부를 하고 싶어서 했어요’라고 말할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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