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서로의 세계를 배우다-부모 세대의 오랜 갈등

마음이 닿는 순간들1 - 연인관계

by 류겸

3부.서로의 세계를 배우다 - 부모 세대의 오랜 갈등


그녀의 어머니는 늘 잔소리가 많았다. 작은 일 하나에도 참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반드시 말로 풀어내야 직성이 풀렸다. 식탁 위 반찬이 짜다든지, 빨래 개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지, 그녀의 귀에는 끊임없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반대로 아버지는 대꾸 한마디 없이 묵묵히 담배만 피우며 대화를 피해 갔다.


창문 너머로 흘러들던 담배 연기는 집 안의 공기를 뿌옇게 만들었고, 어린 그녀의 눈에는 그것이 차갑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집안의 분위기는 늘 음울하게 가라앉았고, 말이 오가는 대신 긴 침묵이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어린 지현은 그 침묵을 사랑의 부재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왜 우리 집은 이렇게 답답할까. 왜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을까.”


그녀는 속으로 늘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머니의 잔소리와 아버지의 침묵은 서로를 향한 싸움 같았고, 동시에 자신을 향한 무관심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생이던 그녀가 우연히 아버지의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낡은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구겨진 종이에는 누렇게 빛바랜 글씨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거친 종이의 감촉, 오래된 잉크 냄새가 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그것은 결혼 초기에 어머니에게 보낸 아버지의 편지였다.


“말이 서툴러서 표현하지 못했소. 하지만 나는 늘 당신 곁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당신이 잔소리하는 건, 결국 나를 믿고 기대기 때문이라는 걸 압니다.”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지현은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아버지의 진심이 묻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흐려진 글씨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늘 차갑다고만 여겼던 아버지의 침묵 속에도, 사실은 깊은 사랑과 따뜻한 배려가 숨어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녀는 한동안 그 편지를 품에 안고 앉아 있었다. 그제야 어머니의 잔소리가 다른 얼굴의 사랑이라는 것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말이 적었고, 어머니는 말이 많았다. 그 다름이 평생 갈등의 씨앗이 되었지만, 동시에 그들의 관계를 지탱해 준 힘이기도 했다. 서로의 방식은 달랐으나, 결국은 그 다름 덕분에 긴 세월을 함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부모님도 달랐기에 평생을 함께 살아온 거구나. 나와 그이도 다르지만, 그 다름 속에서 배워가야 한다. 다르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름을 품을 수 있을 때 진짜 관계가 시작되는구나.’


“말이 많아도, 말이 없어도 사랑은 다른 얼굴로 숨 쉬고 있었다.”


□ 마음 궁합 □

부모 세대의 갈등은 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쪽은 말이 많아 감정을 쏟아내고,

다른 한쪽은 침묵으로 감정을 삼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된다.

그 차이가 관계를 흔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궁합은 서로의 다름을 배우는 과정이다.

말이 많은 사람은 침묵의 무게를 배우고,

말이 적은 사람은 표현의 소중함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관계는 단단해지고, 서로의 세계는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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