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봉사 가는 요양원은 치매 걸린 어르신들이 있다. 그중 한 어르신은 늘 나를 환한 미소로 반겨주신다.
어서 와요! 먼 길 오느라 힘들었지요, 좋은 일 하러 와주어서 고마워요. 참 예뻐요. 반가워요. 어디에 살아요? 나는 여기서 조금 먼 동네에 살아요. 결혼은 했어요? 행복하게 살아요! 늘 같은 순서의 질문이 오가면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할머니 저 왔어요! 보고 싶었어요. 오늘도 예쁘게 머리 잘라드릴게요. 감사해요. 저는 이 근처에 살아요. 결혼은 했어요. 감사합니다! 우리의 대화는 이 내용을 벗어난 적이 없다.
할머니와 처음 만난 날, 별생각 없이 아직 결혼 안 했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잘했어, 하지 말아요 하는 할머니의 장단에 맞추려 그럴까요? 하니 좋은 사람 있으면 시집가라고 하신다. 아까는 하지 말라면서요~ 하니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이 너무 보고 싶어 그런다고 하셨다. 자신에게 참 잘해주던, 닳을세라 소중하게 여겨주던 남편이 그리워 결혼을 후회한다고 하셨다. 함께하는 시간 내내 두 눈이 휘어지도록 함박웃음 짓는 할머니의 눈동자를 그날 처음 봤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할머니는 어떤 추억을 떠올리고 계셨을까. 나는 오늘도 기혼자가 되어 할머니를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