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박스를 든 할아버지

by 김익명

케이티엑스를 처음 타보는 것 같은 긴장된 모습의.. 자기 몸집만 한 스티로폼 박스에 노란 테이프 둘둘 메고 낑낑대며 내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


의자 젖히지 않은 채 직각으로 앉아 계시는데 괜한 오지랖일까봐 모르는 척했다 몸에 수술하신 걸 수도 있잖아? 이유가 있으실 거야.. 그래서 저런 자세로 가시는 걸 거야 내가 무례한 걸 수도 있어 생각했는데 창 밖 풍경에 눈을 못 떼는 할아버지 모습에 오지랖이 마음을 쿡쿡 찌른다 불편하다


30분 내내 고민만 하다 그냥 말을 건네보았다 저기.. 하니 네? 하며 당황하는 할아버지 뭐라 설명드리면 좋을까 조용한 객실 안 길게 얘기 나눌 수 없는데 에이 모르겠다 대뜸 의자를 젖혀드리니 어라 하며 얼굴이 환해지는 할아버지 편하지요 하니 네.. 하며 몸을 고쳐 앉으시더니 눕는 자세가 되신다 괜히 쑥스러워할 일이 있는 척 핸드폰을 만지작대다 슬쩍 곁눈으로 옆을 보니 그 새 곯아떨어지셨다 마침 창가로 비치는 햇살이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