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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r 13. 2024

마음이 쓰이는 일

인터뷰어 현수 / 포토그래퍼 조아, 유송



* 성균관대학교 쪽문 식당 쇼타돈부리 광철 과의 인터뷰입니다.






원래 신중한 편이셨나요?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아요. 최근에 ‘명란아보카도동’을 없애기는 했지만, 초창기 때는 아보카도를 자신 있게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쓰던 방식이 잘못된 거였더라고요. 아보카도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방식으로 해야 했는데, 손님 반응을 보고 충격받았어요. ‘아, 내가 잘 알지도 못했으면서 내 마음대로 해석을 했구나.’ 그 후에 재료를 손질하는 방향이나 숙성시키는 방법을 공부하다 보니까 더 재미있어지는 거예요. (손님들) 반응도 좋아지고.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반응이 안 좋으면 사실 자존심도 상할 수 있고 바로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잘 받아들이셨던 것 같아요?

    

    사실 ‘믹스동’이라는 메뉴가 튀김이 되게 많아요. 돈가스에, 새우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먹다가 너무 느끼해서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돈가스의 두께를 조절하거나 새우에 올라가는 소스를 바꾸며 다른 방향으로 돌렸어요. 손님 입장에서도 한 그릇을 다 먹고 나면 좀 만족스럽잖아요. 메뉴를 그냥 포기하지 않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게 다시 만드는 것 같아요.






만약 광철 님에게 하루가 온전히 주어지면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지금 당장 저에게 하루가 주어진다면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일만 하다 보면 감정이 메말라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달에 본 연극이 있어요. 신구 선생님의 ‘고도를 기다리며’. 그리고 기억은 안 나지만 지난 여름에도 봤어요. 이렇게 의미 있는 연극을 보려고 노력해요.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아니면 영화를 통해 메말라 있는 감정을 흔들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더 행복을 찾거나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많이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연극을 원래 좋아하셨나요? 


    아니요.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선택을 하더라도 의미를 두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저보다 더 나이가 드신 연극 배우님들의 노력을 보고 싶었고, ‘저 나이 때도 저렇게 할 수 있구나.’ 그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막연하게 가지 않고 그걸 보면서 어떤 깨달음이 있을까 고민하면서 보는 것 같아요.






쇼타돈부리 이전의 삶은 어땠나요?


    요식업 직원으로서 시작한 거는 거의 28~29살 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때 고려대학교 앞에서 5년 정도 직원으로 있다가 똑같은 메뉴와 반복적인 일상생활이 조금 단조로워지더라고요. 

    

    그러다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마주하게 됐어요. 단순하게 1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좋은 기회가 있어서 거의 2년을 갔다 오는 상황이었거든요. 그쪽에서도 일본 교자 가게에서 일을 했어요.


    더 재미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했던 일반 가정식이 아닌 교자에 관련된 음식들을 하면서 2년을 보내게 됐으니까요. 거기는 일하다가 춤도 춰야 해요. 일본 사람들이 원래 쇼맨십이 있잖아요.(웃음) 가게 안에서도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성균관대 C-ESI 친구들이 이 가게가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이랜드 회사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저희 가게를 디벨롭하는 게 있었는데 1등을 해서 그때부터 학생들이 차차 늘어났던 것 같아요.

    

    그때 거의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같이 메뉴를 개발하고, 가게에 어떤 부분이 소홀한지 학생들이 봐줬어요. 먹고 나가는 손님들의 반응도 체크해서 저희 가게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고마웠고, 참 좋았어요. 

    

    그 당시에 저희 가게가 이 절반이었거든요. 테이블이 7개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커졌네요. 그 학생들 덕분에 저는 그때를 못 잊어요. 






코로나19때 어떻게 쇼타돈부리를 지켜 오셨나요?


    우선은 배달로 조금 버텨냈고, 온라인 수업 안 하는 친구들이 와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희망이 있었던 거는 학교가 멈추지 않고 학생들을 학교로 불러내 줬던 거예요.

    

    그런데 이 골목이 꽉 차 있었는데 하나하나 없어진 걸 보시게 됐을 거예요. 처음에는 저희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차피 이 시기만 지나면 될 것 같아서 좀 버티려고 하는 중이에요. 

    

    이 골목이 작아지니까 메뉴 선택 사항도 적어져서 학생들에게 되게 미안해요. 나와봤자 정해진 음식만 먹는 느낌이잖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 다른 메뉴들이 있어야지 나올 수 있는 마음이 더 생기니까요. 그래서 좀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 골목이. 점점 없어지는 것보다 또 새로운 게 들어와야죠.
 





스스로를 위해서 해주는 게 있나요?
 

    하루 종일 잠을 잔다고 충전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게 참 좋거든요. 왜냐하면 여기는 다 그늘이잖아요. 하루에 열 몇 시간을 이 안에만 있으니까, 저한테 햇빛을 주는 게 참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외국인들의 삶이 부러워요. 일하는 시간이 적으니까. 오늘도 뉴스에 주 4일제가 나오더라고요. 저도 언젠가 그날을 꿈꿉니다. 쉽지 않겠지만 쉬는 동안 제가 원하는 광합성도 하면 좋겠네요. (웃음) 
 





인터뷰어 현수 / 포토그래퍼 조아, 유송

2024.02.29 광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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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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