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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y 01. 2024

작은 것을 크게 받아들이기

인터뷰어 오늘, 지민 / 포토그래퍼 유송



* 지혜 과의 인터뷰입니다.






인턴이 끝나고 바뀐 점이 있어?

    친한 친구들에게 성격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어. 나는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되게 높아. 문제는 그렇다 보니 ‘이 사람이 당연히 이 정도는 할 거야.’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내가 속한 단체에 대한 실망을 많이 했어. 인턴을 하면서 내가 배운 바른 언론과 현실과의 괴리, 기사 댓글에 대한 신뢰, 사회에 대한 신뢰 모든 것이 합쳐져서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확 줄어들었어. 대신 좋은 점이라고 하면 이제 사람한테 실망을 잘 안 해. 그렇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진심으로 대한다는 느낌이 예전보다 준 것 같아.


    그리고 나 혼자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 장애인 인권 주제에 관심이 많은 언니와 친해졌는데 취재 현장에서 수어로 이야기하는 게 너무 멋있는 거야. 세계 자체가 이만큼이나 넓은 거잖아. 내가 언어적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수어를) 배우고 싶어. 또 선배님 중에서 프리다이빙하시는 분이 있었어. 휴가를 모두 쏟아부을 정도로 진심이셨는데, 내가 부산 바다 쪽에 있는 동네에서 왔거든. 바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처음으로 ‘와, 돈이 얼마나 들던지 진짜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 프리다이빙도 목표로 잡고 있어.


학생 신분으로 꼭 하고 싶은 게 있어?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싶어. 직장에 다니는 게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고. 내 삶이 거의 없어. 내 시간이 하나도 없어서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해. 그래서 1년 파리 살기나 제주 살기 하고 온 언니들이나 동기들, 친구들이 부러웠어. 결심한다는 거 자체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 나와 가치관이 조금 다르겠지만 그건 지금 나이 아니면 못 해볼 것들이거든. 나도 고민했는데 못 하겠더라고. 그거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기자를 꿈꾸게 된 이유는 뭐야?


    좋아하는 게 많아서 옛날에는 고민이었어. 잠깐 악기를 한 적도 있고, 육상도 했고, 광고 쪽도 생각했었어. 좋아하는 게 많으니까 ‘이 세상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가 결론이었어. 처음에는 하나로 정해야 하나 싶어서 고민이 많았거든. 제일 덕후와 흡사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기자가 된 것 같아.


    자기 일을 너무 사랑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은 사람들이 있잖아?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근사해 보였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더 빛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어. 처음에는 예술 분야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일반인 범주 안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너무 멋지고 빛나더라고. 그렇게 사회부에도 관심이 생겼어. 지금은 관심 분야를 더 넓히려고 노력해.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달라질 수 있잖아, 어떻게 생각해?


    멀어질 수 있지. 그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 인턴 기자를 하면서 인터뷰가 너무 재밌었거든. 그런데 문제는 인터뷰를 글로 적는 거였어. 글 적는 거, 말하는 걸 원래 좋아했는데 사람이 같은 것만 계속하니까 지치고 별로 안 좋아지는 거야. 그런데도 계속할 생각이 들었어. 다음 인터뷰 준비하면서 너무 재밌고, 인터뷰 진행하면서 또 재밌고, 기사가 나와서 인터뷰이 분들이 감사하다고 연락하시면 행복하고. 다른 거에 비해 행복감이 더 커서 하려는 것 같아.






계획 안에서 살아가게 된 이유가 있어?

    나는 항상 현재에 대한 미련이 있어. 보통 어릴 때는 잘 안 그러잖아. 그런데 난 고등학교 때도 하루, 한 해가 끝나는 게 너무 열을 받아서 막 울었거든. 대학교 때도 마찬가지인 거야.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게 너무 아까워서 하루를 통으로 쉬면 난 마음이 되게 불편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딱 그 정도인 것 같아.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는 거지. 내가 불안한 이유가 (정해 놓지 않으면) 제대로 쉬지도, 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정해 놓으면 마음이 편하더라고, 지금 당장은 이것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계획을 엄청 빡빡하게 지키지는 않아. 하다 보면 안 되겠다 싶은 것들도 있잖아. ‘오늘 너무 힘들다.’ 하면 바꾸는 거고, ‘이렇게 하면 더 낫구나.’를 계속 찾아. 계획을 바꾸니까 ‘내가 여기서는 이걸 발전했구나. 이걸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됐구나’. 가 눈에 보이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계획을 세우는 것 같아.


    특히 영상학과에서도 많이 배웠어. 어떤 일을 순차적으로 처리할 때 커다란 가이드라인이 있고 세세한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잖아. 나는 내 방식만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남의 계획을 보니까 맞는 것들도 많고, 내 방식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거야. 그걸 다 흡수해서 내 삶에 적용하려고 하지.






    내년이 막막하긴 해. 그래서 지금은 너무 깊은 고민을 안 하려고. 미련 남을 만한 걸 이번 연도에 다 할 거야. 사실 불안해. 내가 어느 정도 꿈에 확신을 가졌지만, 주변 사례들을 너무 많이 봤어. 오랫동안 확신을 가지고 살다가도 어떠한 연유로 인해서 못 하게 되어 힘들어하는 사람들.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불안하긴 해.


    하지만 난 정해놨다는 거 하나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잖아. 계획 세우는 인간이니까. 그래서 그냥 길게 잡아놨어. 한 3년 단위로 뭘 해야 할지 생각해 봤거든. ‘천천히 해가고, 못하면 늘리면 되는 거니까.’라고 생각하니까 좀 나은 것 같아. 불안해한다고 해결이 안 돼. 불안하면 일단 뭐라도 해야 해. 문이 닫히더라도 그 안의 창문이 열리게 될 거니까.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어떤 걸 기록해?


    일기를 쓰는 것보다 오늘 마음에 들었던 사진 같은 걸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 남기는 스타일이야. 원래는 하나하나 프린트해서 모았었는데 귀찮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내버려 둬. 내버려 두는 게 오히려 좋은 것 같아. 내가 원하는 장소, 원하는 페이지 아무 데나 기록하고 내버려 두었다가 나중에 보는 걸 즐겨. 오랜만에 메모장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내가 적어 놨던 마음에 드는 글귀가 보여. 그럼 행복해지는 거야. ‘이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사진으로 제일 많이 기록하는 것 같아. 진짜 쓸데없는 것도 찍고, 별 걸 다 찍어. 지나가다가 참새를 봤는데 저 참새 너무 뚱뚱해서 귀여워. 그럼 사진 찍어 놓고. ‘소확행’ 찍기 스타일이지. 난 내가 찍히는 것보다 그 장소에서 내가 가졌던 느낌을 찍고 싶어서 풍경을 찍거나 같이 가는 사람을 몰래 찍는 걸 좋아해. 그때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는 느낌이야. 행복했던 것을 까먹어버리면 의미가 없으니, 기록으로 잡을 수 있다는 게 좋아.






인터뷰어 오늘, 지민 / 포토그래퍼 유송

2024.04.20 지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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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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