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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n 26. 2024

평범하기도 어려운 세상

인터뷰어 열 / 포토크래퍼 조아



* 승겸 과의 인터뷰입니다.






Q. 대학교에서 가장 큰 성취를 느꼈던 경험은?

    입학 전부터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 고등학교에서도 성적이 꽤 좋았었고. 대학에 와서도 학점을 잘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1학년 1학기 때 성적이 잘 안 나오고 나서는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고 생각을 하게 됐어. 2학기에 들어서고는 욕심부리지 말고 중간만 하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업을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4.5를 받게 된 거야. 게다가 100% 성적 장학금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되니 부모님 앞에서 괜히 의기양양하게 어깨도 올라가고(웃음). 성적을 잘 받은 덕분에 어문학과가 아닌 융합학부 인공지능학과에 들어갈 수 있었지.


    인공지능학과는 프로젝트가 정말 많아. 아무래도 전공 수업 내용이 생소하고 어렵다 보니, 학회에 들어가서 공부를 더 하면서 수업을 잘 따라가려고 했지. 학회 사람들이랑 공모전도 나갔었는데, 감사하게도 나간 대회에서 모두 수상을 했어. 인공지능학과에 들어온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인간관계를 넓히고 성취도 이룰 수 있었으니, 전공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인 성장부터 함께 노력해 얻은 결과까지, 꽤 의미 있는 대학생활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Q.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졸업이 다가오니 아무래도 진로와 취업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고 있어. 데이터 분야 직무는 석사 이상의 학위가 대개 필수라고들 해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지, 취업 전략을 수정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어. 솔직한 마음으로 대학원은 별로 가고 싫지 않아. 앞으로 2년 더 학생 신분으로 머물러야 하고, 석사 학위를 따고 난 뒤에 취업이 보장되지도 않고. 또 서울에서 자취 생활을 연장해야 하는 것까지. 지금껏 부모님께 많은 지원을 받아왔는데, 불확실한 것에 또 손을 벌리자니 마음이 불편하더라고. 공무원 7 급직에 데이터 직무가 새로 생겼다길래, 현재로선 그걸 목표로 하고 있어.






Q. 지금의 나를 만든 핵심 기억은?

    어렸을 때 야구를 정말 좋아했어. SK 팬이었는데, 마침 한국 시리즈 대진이 SK 대 삼성이거든. 야구장에 한 번도 못 가봤기도 했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진출한 만큼 직관에 꼭 가고 싶었어. 표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는데, 엄마가 회사 사람들에게 열심히 수소문하셔서 티켓을 정말 어렵게 구해오셨거든. 그때 너무 감격해서 막 ‘엄마 사랑해’하면서 평소엔 하지도 않는 애교도 부리고 그랬지(웃음). 좋아하는 치킨, 라면을 잔뜩 먹고 경기까지 이겼던 날이라 지금까지 행복한 기억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어.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어. 방학 때 부모님이 출근하시면 거실에 돗자리를 깔고 누나랑 고스톱을 쳤어. 한 번 시작하면 저녁에 부모님 돌아올 때까지 하는 거야. 점 당 100원으로 계산해서 내기를 하곤 했거든. 용돈이 3만 원이었는데 어떤 날엔 만 원씩 잃기도 하고, 많이 이긴 날은 한 달 치 용돈을 따기도 하고. 이런 추억들 덕분에 여느 남매들보다 서로 더 친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 얼마 전에는 누나가 사실 그때 밑장 빼기로 손장난 좀 쳤었다고 고백했는데, 한바탕 웃으면서 또 수다를 떨었어(웃음). 공통된 추억은 꺼내서 볼 때마다 늘 행복해져.  


    가족과 함께한 추억은 그 무엇과도 절대 못 바꿀 것 같아. 아무 조건 없이 늘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커가면서 더 크게 느끼고 있어. 소중한 기억들이 구심점이 되어서 내 고유성이 더 두터워지고, 사회적 관계망까지 더 넓혀줄 수 있겠지.






Q.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방법이 있다면?

    최고의 선물은 내가 노력한 만큼의 좋은 성과로 보답받는 것이겠지. 성취감을 느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또 얻을 수 있으니까. 결과는 아무래도 나올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니까, 즉각적인 보상이 있다면 편의점에서 ‘마크정식’ 먹기(웃음)? 아니면 동기들과 부어라 마셔라 술 마시기? 그동안 긴장했던 나를 좀 흐트러트리면서 오는 배덕감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내려고 해.






    대학교 이전엔 큰 고민 없이 성실하게 시키는 것만 열심히 했다 보니 학교에 처음 와서는 혼란스럽기도 했어.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전부 알아서 해야 하잖아. 지금도 누가 ‘넌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아. 목표가 없으면 동기도 잃기 마련인데, 학창 시절을 지나오며 몸에 각인된 끈기와 자신감이 나를 움직이는 것 같아.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거지. 아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 앞에 주어진 일이므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자. ‘늘 그랬듯,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을 가지고, 목표를 이뤘을 때 성취감을 떠올리면서 또 전진.


    AI가 고도로 발달해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온다고 해도, 나는 없는 일도 만들어서 할 것 같아. 아무리 사소한 목표라도 그것을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니까. ‘야, 김승겸 또 해냈구나.’ 하면서. 목표가 없는 삶은 재미가 없어서 금방 지치지 않을까?






    평범한 회사원이 꿈이야.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평범한 집 한 채에서 부모 자식이 오손도손 모여사는 그런 삶. 요즘은 평범하기도 어려운 세상이잖아. 평범함은 비범함만큼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해. 혹자는 사회 기준에 맞춰 사는 주체적이지 못한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내 의지에 반하는 어떤 고난도 지독하게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거잖아. 보통의 안전망에서 벗어나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비범한 용기와, 권태를 이겨내는 평범함의 가치는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행복의 발원지가 다를 뿐이지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인터뷰어 열 / 포토그래퍼 조아

2024.06.18 승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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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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