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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03. 2024

꿈을 묻는 이유

인터뷰어 서현 / 포토그래퍼 민경



* 정치외교학과 조원빈 교수과의 인터뷰입니다.






요즘 특별히 관심 두시는 것이나 자주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저는 민주주의를 연구해요. 최근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잖아요. 요즘은 한국의 바람직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이 옳을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요. 제 연구 주제이기도 한데, 추세를 보면 점점 국민들이 직접적인 참여를 원하는 것 같아요. 단순히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게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거죠. 그런 것들이 투표율 상승에도 나타나고요. 정치 엘리트들이 이런 국민적 정서를 이해하고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어요.


    두 번째로는 한-아프리카 관계에 관한 거예요. 얼마 전에 6월 4일, 5일 한-아프리카 정상회담이 있었어요. 한국 최초로 48개국 정상과 대표들이 서울에 모였어요. 아프리카 전공자로서 생각지도 못한 빅 이벤트였죠. 칼럼도 쓰고, 정상회의 준비할 때 자문으로도 참석하면서 한-아프리카 관계가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선배님이신데, 학부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89학번이에요. 87년도 민주화를 이행하고 선배들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처음 정치외교학과에 지원할 때 정치인의 꿈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학교의 리더 자리를 놓치지 않기도 했고요. 그런데 들어와 보니, 고등학교 때까지 배웠던 것과 대학교 들어와서 선배들이랑 대학 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한국의 현실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실망도 하고, 사실은 약간 충격이었죠 (웃음).


    그래서 ‘새로운 나를 찾아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어요. 다행히 군대는 카투사에 입대해서 용산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학교에 자주 올 수 있었죠. 심지어는 군복을 입고 학교에 온 적도 있어요. 군 생활을 하면서 국제정치학회 회원으로 활동했어요. 1학년 때는 후배로, 복학해서는 선배로서 학회 활동을 했죠.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다 보니 1학년 때 생각했던 정치인의 꿈보다는 왜 한국의 정치인들은 저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학회 중심으로 공부하다 보니 운이 좋게 대학원에 있는 학회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계속 공부할 생각이 있다고 하니까 대학원 선배들과 같이 세미나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그렇게 학회 활동을 통해서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를 보는 눈을 키우며 학부 시절을 보냈어요.






교수로서 다시 성균관대에 돌아오게 되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저는 박사학위를 2005년에 취득하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연구 교수를 했어요. 그리고 2007년부터 미국에 있는 켄터키 대학에서 5년 동안 생활을 하고 성대로 오게 됐어요. 미국에서 지도 교수는 왜 꼭 한국으로 들어가느냐고 했어요. 사실 지도 교수는 한국을 전혀 모르는 분이었거든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제대로 된 아프리카 정치를 소개하고, 한-아프리카 관계에 기여할 기회를 잡고 싶다고 설득해서 왔어요.


    다행히 모교로 오게 돼서 당연히 설렜죠. 학교도 엄청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600주년 기념관이랑 국제관이라는 게 없었어요. 원래 문과대가 그쪽에 있었고 지금 국제관에는 사회과학대랑 법대가 있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 들어왔죠. 또 하나 놀라운 거는 여학생이 엄청나게 많아진 거예요. 89학번 정치외교학과 정원이 한 학년에 35명이었는데, 87, 88, 89, 90 학번에 여학생은 각각 세명뿐이었어요. 여학생이 없는 학번도 있었고요. 한국에 온 게 2011년 2학기였는데 그때 정치외교학과 여학생이 반 정도 됐고 지금은 더 많아졌죠. 여학생들이 관심이 다양해지고 자신감 있어 보여서 좋았어요.






수업 첫 시간에 학생의 꿈을 물어보시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꿈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생들은 바쁜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고 큰 고민을 하지 않고 학교에 진학하는 것 같아요. 물론 진학 전에 학과나, 학교를 고민해 보긴 하지만 과연 자신의 미래를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제 대학에서는 본인이 갈 길을 제대로 찾아야 되니까 항상 내 꿈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학생들은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웃음). 그래도 그 순간에 모든 학생이 다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조금이나마 생각해 본 것들을 구체화하게 되죠.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내가 뭐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기회를 주는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관심사가 다 다르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니까 재미있는 얘기도 듣게 되고요. 본인의 꿈과 아이덴티티는 항상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교수님도 꿈이 있나요?


    그렇죠. 정치학자로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학문적으로 기여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마찬가지로 내가 공부하는 것들이 아프리카 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서 한-아프리카 관계가 돈독해지게 되면 좋겠죠. 왜냐하면 아프리카와 한국은 서로 잘 모르니까요. 이번에 정상회담을 계기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서 잘 알게 되고, 한국 국민들도 관심을 갖게 되며 점점 행사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아프리카 국가 중에 어느 나라가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아프리카를 공부할 때 학생들한테 무지갯빛 아프리카라고 소개해요. 아프리카는 대륙 안에 서유럽, 인도, 중국, 미국을 다 집어넣어도 다 채워지지 않을 정도로 땅이 넓어요. 그래서 사실 하나하나 뽑기가 어려웠는데 세 군데가 생각이 났어요.


    첫 번째는 케냐의 마사이마라라고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이어지는 지역이에요. 얼룩말이라든가, 와일드 비스트라고 누 떼가 엄청 많아요. 제가 마사이마라 지역 국립공원에 방문했을 때 마침 이주기였어요. 평평하고 드넓은 땅 위에서 엄청난 수의 얼룩말이랑 누 떼가 달리는 걸 보니까 파도가 치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야생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걸 보니 인간이 자연 앞에는 왜소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죠.


    두 번째는 잔지바르라고, 탄자니아 앞에 있는 섬이에요. 본토인 탄자니아가 있고 잔지바르라고 섬이 있는데, 제가 제주 섬 출신이라서 그런 건지, 섬이 좋더라고요 (웃음). 잔지바르에 갔을 때 인도양 해변에서 해 질 녘에 노을이 엄청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마다가스카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가 인상 깊었어요. 마다가스카르에 바오밥나무가 정말 많거든요. 제 연구실에도 작은 바오밥나무 조각들이 있는데, 실제로 보면 정말 큰 바오밥나무들이 쫙 깔려 있어요.






하고 싶으셨던 말 있을까요?

    저는 성대 학생들이 조금 아쉬운 게 너무 리스크 테이킹을 주저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조금은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하죠. 물론 그게 우리 사회가 한 번의 실패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아쉽죠. 저는 다른 학교에서도 강의를 하는데, 도전적인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자기 꿈을 위해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물론 일반 사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과연 그게 진짜 자기가 바라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 꿈이 뭔지를 생각해 보고. 또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그런 성대생들이 됐으면 하는 선배의 바람입니다.






인터뷰어 서현 / 포토그래퍼 민경

2024.06.18 조원빈 교수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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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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