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조아
* 로운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
사실 엊그제 전역했어. 복무 중에도 휴가를 자주 써서 기분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마음가짐이 다르지. 이제 3학년 2학기라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개강하면 슬슬 준비해야 하는 게 많아. 졸업이 다가오니까 랩실에 연락도 해봐야 하고, 그런 것 말고도 그냥 하고 싶은 것도 많고. LC 친구들도 얼른 만나고 싶은데 다들 바쁘고 만나기 어려워서 아쉬워. 1학년 때는 그냥 시간만 나면 봤거든. 아무래도 졸업이 다가오니까 그렇겠지.
원래는 방학에 여행을 가려고 했었어. 파리 올림픽 일정에 맞춰서 프랑스 여행. 그거 알아? 일본에는 프랑스 파리 증후군이 있대. 일본인들은 파리에 대한 로망이 되게 큰데, 정작 여행 가서 보니까 기대보다 별로인 거지. 그래서 여행 다녀오면 우울증처럼 앓는 거야. 나도 프랑스가 로망이었거든. 근데 나는 외국인에 대한 경계가 있는 거 같아. 언어나 정서가 맞기 어려우니까. 나는 같이 무한도전에 대해 수다 떨 사람이 필요해.
LC 친구들 몇 명이 다른 학교로 편입한 것도 엄청 아쉽지. 우리가 스무살일 때는 1학기가 아예 없었던 것도 아쉬워. 1학기는 축제 시즌이잖아. 요즘에 축제 가서 MC가 새내기 손 들어보세요, 하는 거 보면 문득 아쉽더라고. 사실 이제는 아쉽다고 말하기도 너무 오래전이야. 재작년까지는 다들 들어줬는데, 이제는 코로나 학번이라고도 안 하고 그냥 20학번이라고 하더라. 시간에 쫓기는 기분을 조금 느껴.
대학 시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난 진짜 놀기 위해 대학에 왔어. 20학번 중에서 가장 잘 놀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야. 중학생 시절부터 막연한 로망이 있었어. 대학생들 엠티 가고, 새터 가고, 동아리 들고 이런 거 있잖아. 나 춤 동아리도 들었던 거 알아? 코로나 시기라서 공연도 안 하고 활동도 길게는 못했어. 내 춤 실력이 알려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뭐.
최근에는 킹고대장정을 다녀왔어. 원래 제주도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강릉에서 했어. 강릉, 동해, 속초인데, 너무 덥고 힘들었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 사람이 많으니까 조별로 묶어주더라고. 기가 빨리는 걸 싫어하는데도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재밌었어. 나는 나름의 기준이 있거든. 사람이 세 명 이상인 자리에서 한 명이 시끄러우면 재밌는데, 네 명인 자리에서 세 명이 시끄러우면 기가 빨려.
이것저것 해보다 후회한 기억은 없어?
순간 후회되는 건 있지. 이때 이런 거 할 걸, 하는 생각은 드는데 그러면서 내 선택이 나아지는 거 같아. 사진 동아리 들고 초반에는 활동을 많이 안 했어. 동아리가 엄청 크잖아. 첫 번째 출사는 재밌었는데, 두 번째 출사 나갔을 때도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인 거야. 그때 순간 드는 후회가 있었지. 괜히 사람 많은 데 가지 말아야겠다, 하는 생각. 그래서 사람이 적은 곳을 찾다가 별을 관측하는 동아리에 든 적도 있었어. 그런데 거기는 재미를 별로 못 느껴서 후회했어. 그래도 다 경험하고 겪으면서 나아지는 거니까. 나중에 입대 얼마 안 남았을 때도 할 거 없나, 찾아보다가 사진 동아리 출사에 다시 나간 거였어. 그때 거기서 여자친구를 만났던 거고. 인생사 새옹지마야.
연애한 지는 얼마나 됐지?
곧 1년이야. 한 2주 남았나? 1년간 잘 맞춰 가면서 만나고 있어. 언성 높이면서 싸운 적도 없고 감정이 상하기 전에 말로 푸는 편이라서. 나한테는 여자친구가 그거야, 1순위. 만나면 그냥 좋잖아. 뭐가 됐든 연애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지. 일정을 잡을 때도, 미래를 계획할 때도.
상대가 없는 걸 상상해본다면?
얼마 전까지도 복무하면서 만났잖아. 원래는 일 끝나면 집에 가서 대충 밥 해먹고 그냥 누워 있었어. 그땐 그게 나름 재밌었거든. 혼자 있거나 가끔 친구 만나고 이러는 게. 근데 만나고 나서는 퇴근하면 거의 매일 보러 갔으니까 많이 달라졌지. 아직 (상대가) 없었던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되게 많이 허전할 것 같은데.
어디서 그런 걸 봤었어. MBTI가 I인 사람이 원래 집에만 있을 때를 가장 좋아했는데, 여자친구를 만나고 나서는 처음으로 밖에 자주 나가서 즐겁게 지내는 경험을 했대.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니까 집에 있어도 안 행복하더래. 그런 느낌 아닐까.
요즘 즐기는 취미가 뭐야?
가장 말하기 쉬운 건 사진인 것 같아. 어디서 들은 말이긴 한데, 풍경 사진은 누구든 찍을 수 있고, 풍경에 사람이 한두 명씩 나오는 사진 있잖아. 그런 거는 그 순간에만 찍을 수 있대. 왜냐하면 풍경은 계속 그 자리에 있지만 다들 1분 1초마다 움직일 테니까. 내가 아닌 사람은 못 찍는 사진, 나만 찍을 수 있는 사진. 그런 게 좋아. 요즘은 카메라를 살지 고민 중이야.
작년에는 한창 책을 찾아 읽었었어. 연애하기 전에 할 게 없어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소설도 잘 읽었고, 국내 작가들 SF 소설도 재밌더라. 나는 도서관 가서 딱 봤을 때 끌리는 책이면 사는 편이야. 책을 중간쯤 폈을 때 문체가 괜찮은 거. 밤에 혼자 노래 들으면서 산책도 많이 해. 노래도 검정치마 '한시 오분', 이런 거 듣고. 책도 한창 읽을 때는 감동적인 내용을 자주 골라 읽었어. SF 소설도 비일상이 일상처럼 표현된 게 재밌어서 읽었어. 버스 탈 때 우리가 카드 찍고 버스로 환승하듯이 소설 주인공들은 아무렇지 않게 우주에 다녀오고, 이런 거 있잖아.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난 ‘엄마는 외계인’ 맛을 제일 좋아해. 그리고 물에 들어가기. 올해는 바다를 좀 일찍 갔어. 6월에 여자친구랑 같이 강릉 바다에 다녀왔어. 나는 휴가 나온 군인이지만 얘는 학교에 다니던 중이라서 시험 2주 전이었는데도 다녀왔어. 시기가 일러서 그런지 해수욕 개장도 아직 안 하고 춥더라고. 그리고 한강 수영장도 갔고, 킹고대장정 중에도 바다에 갔어. 매일 걷다가 하루는 물놀이하게 해주더라고. 다시 보내준다면 또 갈 거야. 그렇게 힘들다는 걸 알아도 갈 것 같아. 두 번은 안 가도 한 번은. (웃음)
인터뷰어 경청 / 포토그래퍼 조아
2024.08.12 로운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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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