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녁 산책을 하면서 슬그머니 물었습니다.
"여보! 생각해보니 천국에서 정말 난리 났겠다."
"왜?"
"천사 하나 도망쳤잖아!"
그러자 아내의 당찬 대답!
"나 도망친 거 아니거든... 잠깐 파견 나온 거야!"
지구로 잠깐 파견 나온 아내와 유머를 나눈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저를 프로 사랑꾼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서 절대 싸우지도 않는 화목한 부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건 환상입니다. 유머를 나누면서 아무리 웃어도 여전히 갈등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내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욱하면서 화도 냈습니다. 그렇게 화를 내면 아내는 며칠간 말도 안 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말다툼이 부부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부부관계는 애증의 관계라더니 사랑과 미움은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거렸습니다.
매일 아내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하고 행복하게 해 줄까 궁리하면서도 아내와 지지고 볶는 이율배반적인 제 모습이 참으로 싫었습니다. 웃고 돌아서면 물과 기름처럼 뭔지 모를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선물해도 여전히 건널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있었습니다. 다 이해할 수도, 이해되지도 않는 광활한 미지의 땅이 여전히 우리 부부에게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점심때가 되어 평소 좋아하는 소머리국밥집에 들렀습니다. 주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종종 들러서 식사하는 곳입니다.
그날도 식사를 하면서 다른 손님들이 없길래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 분 표정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여요.
꼭 신혼부부 같은데 특별한 비결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역시 두 분은 놀라운 사랑의 비결을 품고 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잔잔하게 과거를 회상하듯 말씀합니다.
"우리가 결혼 50년 차인데 우리 남편은 단 한 번도 내 속을 썩이지 않았어요!"
그 말에 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기분이었고 할까! 세상에 이런 일이! 50년 동안 한 번도 아내 속을 썩이지 않았다니! 그런 비법이 있다니! 너무나 궁금해서 할아버지에게 확인하듯 물었더니 별것 아니라는 듯 비법을 하사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사랑이란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합니다. 기존의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관을 홀라당 까뒤집어버립니다.
"결혼하고 신혼 때 아내가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하길래 담배를 끊었더니 이후에는 싸울 일이 없어지더라고!
이후에도 아내가 싫어하거나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았더니 서로 미워할 일이 없었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지를 가지고 변화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때론 뼈를 깎는 노력이 함께해야 가능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어려운 것을 할아버지는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실천했던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아내와 말다툼은 아내가 싫어하는 것을 계속했다가 아내의 분노를 샀던 적이 많았습니다. 양말 벗어서 빨래 바구니에 넣기, 집안 쓰레기 분리수거하기, 술 적게 마시기, 서재방 청소하기, 옷 벗어서 제자리에 걸기 등등 너무 사소해 아내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무시해버린 제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아하! 아내가 화를 냈던 모든 장면 속에 아내의 말을 무시했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무시한 내 말과 행동을 보고 아내는 자신을 깔본다고 생각하면서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지요.
유머를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편은 즐거운 존재라기보다는 짜증 나는 존재였던 것이지요. 이후 할아버지의 말을 곱씹어 봤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지혜야말로 진정한 사랑으로 가는 최고의 디딤돌임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정의를 더해봅니다.
"사랑이란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
그리고 아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아내를 가장 빠르게 행복하게 해주는 것? 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어때요? 오늘부터 한번 도전해보실래요? 어렵지 않겠죠? 일단 아내가 싫어하거나 하지 말라는 것, 또는 잔소리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메모해보세요. 그리고 가장 만만한 것부터 바꾸려고 도전해보세요. 신기하게 아내는 당신의 노력을 순식간에 눈치채고 좋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