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고수가 되는 남편의 도전 시작!
아내와 함께 TV에 출연한 맛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20여명이 줄 서 있길래 우리 부부도 얼른 대기줄에 섰습니다. 1분도 안돼 아내는 지루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때 한 분이 앞쪽으로 가더니 새치기 기회를 엿보다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그냥 뒤쪽으로 내뺍니다. 순간 상황에 딱 맞는 아재개그가 떠올랐습니다.
"자기야, 있잖아! 새치기하면 안 되는데 왜 그런 줄 알아?"
"뒷사람들이 기분 나빠하니깐!"
"아냐, 새를 치면 새가 아프잖아! 새치기 나빠!"
"헐..."
잠깐 피식하면서 기다리니 조금 지겨움이 덜합니다. 유머를 즐기기 시작한 지 15년도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 부부가 나누는 유머의 95%는 아재개그입니다. 아재개그지만 상대가 웃어주면 꿀 떨어지는 고급유머 못지않은 재미를 연출합니다. 아재개그 말고 세상에 그 무엇이 우리 부부에게 이토록 웃고 웃기는 재미를 줄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아재개그만한 좋은 도구는 없습니다.
마음먹은 만큼 웃고 웃길 수 있는 아재개그는 그 자체로 매력적입니다. 제가 아재개그 예찬론자가 된 이유는 제가 아재라서가 아닙니다. 부부가 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함께 웃을 수 있는 최고의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5분만 뒤져도 아재개그는 널려 있습니다. 고작 돈 만원이면 한 달 동안 웃을 수 있는 유머책도 서점에 깔려 있습니다. 한번 맛 들이는 게 어렵지 일단 맛보면 아재개그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꽤 쏠쏠합니다. 자투리 시간과 푼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인데 어찌 주저하겠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개그맨이나 유명강사처럼 입만 열면 포복절도할 위트를 쏟아내길 원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순간적으로 재치있는 애드립을 날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하지만 그건 영어를 막 배우려는 사람이 슬랭부터 배우는 격입니다. 이제 막 수영을 시작해서 겨우 물에 뜨는 사람이 나비처럼 폼나게 날아가는 접영을 배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유머도 기본부터 시작해야 오랫동안 즐길 수 있게 됩니다. 폼나는 위트와 애드립부터 시작했다가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부부가 유머를 나눌 때도 당연히 기본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유머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바로 유치한 아재개그로 유머퀴즈, 삼행시 등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면 널려있기도 하지만 특별한 기교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잘 표현해야 한다거나, 얼굴 표정을 바꾼다거나, 몸짓을 독특하게 한다거나 하는 등의 고급 표현기법이 필요 없습니다. 툭 던지고 함께 웃기만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누누이 말했지만 이 유치한 유머에도 웃어주는 약속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웃어주고, 웃겨주려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지요.
솔직히 부부 간에 아재개그면 어떻고, 할배, 할매개그면 어떻습니까? 도대체 왜 아재개그를 그렇게 무시하고 깔본단 말입니까? 물론 분위기를 썰렁하게 하고, 닭살이 돋아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아재개그는 역겹기까지 할 수 있습니다. 권위에 눌린 채 웃어주어야 하는 것은 고통을 넘어 고문이 됩니다. 하지만 그냥 웃는 것 자체가 목적인 부부에게 유머는 어떠한 권위도, 위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긋지긋 반복되는 인생길에서 즐거운 콧노래 같은 것이 유머입니다.
저는 이렇게 남편이 콧노래처럼 흥얼거릴 수 있는 쉬운 아재개그를 '남편개그'라 이름 붙였습니다. 남자로, 남편으로 인생길을 걸어가다 보면 때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갈 때가 있습니다. 손을 잡고 있어도 아내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깜깜한 인생길을 걸을 때, 성냥불 하나만 켤 수 있어도 서로 미소를 주고받으며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편개그 하나는 성냥불같지만 반복해서 켜는 순간 어느새 연탄불을 붙여 오랫동안 온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언젠가 안도현 시인의 "연탄불"시를 읽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를 보자마자 곧바로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남편개그 함부로 깔보지 마라 너는 언제 한 번이라도 아내를 웃기려 한 적이 있느냐?"
먹고사는 것에 바쁘다 보면 인생길을 함께 뛰는 아내를 챙겨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저 무던히 앞만 보고 내달리다가는 언젠가 둘 중 한 사람은 뒤쳐지고, 어느 순간 레이스에서 탈락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둘 다 숨이 턱턱 막혀올 때 수고한다고, 애쓴다고, 고맙다고 한번 토닥이면서 웃음을 주고받으면 얼마나 멋진 남편일까요?
솔직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유머감각이 없는 남편이라면 앞으로도 유머의 고수가 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습니다. 유머감각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일도 없을 거고, 이 글을 읽는다고 원하는 만큼의 유머감각을 갖는 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유머 고수가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부부가 약속만 하면 매 순간 웃고 희희덕거릴 수 있습니다. 여러 번 말했듯이 부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웃어주는 약속만 할 수만 있다면 유머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면 할수록 잘하게 되고, 재미를 붙이는 순간 이미 유머고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남편개그에 도전해볼까요? 말했듯이 전혀 연기력이나 표현력이 필요 없고 오직 단순한 암기력만 필요한 유머퀴즈부터 해볼까요?
"콧구멍이 큰 여자는 뭐가 클까요?................코딱지! ㅋ"
"그럼 고릴라 콧구멍이 왜 클까요?...........고릴라 손가락이 굵어서! ㅋ"
이런 유머 퀴즈도 괜찮을 듯싶네요.
서울에 사는 스님은?.................수도승
목탁이나 염주같이 스님이 사용하는 물건을 다른 말로?...중장비
스님이 절을 오랫동안 비우면?..... 휴가중!
이 정도면 외우는 게 어렵지 않겠죠? 외워지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보면서 해도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삼행시도 아주 훌륭한 남편개그의 도구입니다. 제가 직접 아내에게 했던 삼행시들인데 꽤 맛이 있습니다.
생고기 삼행시입니다.
생 : 생각할수록
고 : 고맙고
기 : 기분 좋은 사람이야! 당신은!
하나 더 해볼까요?
나그네 삼행시입니다.
나 : 나 당신을 사랑해요.
그 : 그대도 나를 사랑하나요?
네: 네... 고마워요!
어때요? 이 정도면 조금 만만해 보이죠? 오늘 바로 오늘 도전해보세요. 남편개그는 관심이며 사랑이라는 마음까지 품으면 이미 훌륭한 사랑꾼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반복하기 위해서는 아래 과정대로 해보세요. 꽤 오랫동안 자신감 있게 유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첫째, 스마트폰 메모장에 유머메모장을 만들어보세요. 유머퀴즈나 유머를 만나면 무조건 저장해두세요. 그리고 언제 사용하면 좋을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둘째, 아내에게 웃어주기로 약속하세요. 이미 뇌물을 주고 아내의 환심을 사놨다면 금상첨화겠죠. 자 이젠 들이대기만 하면 됩니다. 실패했어도 기죽지 마세요. 우리에게는 다음 기회가 있으니깐요. 세상 어느 누구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셋째, 최소한 한 두 번 연습해보세요. 그냥 머릿속으로만 연습하는 것과 입을 열어 연습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저는 종종 우리집 강아지에게 유머를 해줍니다.
넷째,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도해보세요.
매일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지만,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좋습니다. 시도하는 남편 입장에서 부담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이고, 아내입장에서 지겨워하면 안 되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식사시간도 좋고, 같이 산책할 때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머를 주고받으려고 이런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더 의미있게 됩니다.
남편 여러분 ! 우리 인생을 조금만 가볍게 살아요. 가벼워도 날아갈 일 없으니깐요! 유머에 빠져서 바보남편이 되는 것이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인생을 살아가는 백치남편보다 백만 배 더 위대합니다. 위대한 남편인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