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멋지게 아내를 사랑하는 탁월한 방법 (1편)

이것도 모르고 사랑을 한다면 당신은 사랑치

by 최규상의유머학교

"오늘 저녁에는 뭐 먹지?"

냉장실과 냉동실을 교대로 열어보던 아내가 묻습니다. 목숨을 부지하고 생존해야 하는 모든 생명체는 매일 매 순간 빠짐없이 해야만 하는 질문입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모든 주부들의 최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습니다.

"여보.. 오늘 그냥 외식하자. 당신 좋아하는 맛있는 회 먹으러 가자!


그런데 아내가 약간 짜증 나는 목소리로 예상치 못한 반응을 합니다.

"자기는 왜 맨날 당신이 좋아하는 회를 나한테 강요해?

당신은 내가 회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에는 회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나를 따라 여러 번 횟집에 가게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특별히 회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한 상 가득 깔리는 반찬과 음식들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아내는 결혼생활 내내 나의 횟집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아내의 심사가 약간 뒤틀렸나 봅니다. 아내 표정과 기분을 살피는데 아내가 한 발자국 더 들어와서 찌릅니다.

"왜 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회를 늘 먹어줘야 해? 왜 당신은 당신이 좋아하는 것만 나에게 강요하는 거야?

Like만 하지 말고 진짜 Love를 하란 말이야!"


"이거 왜 이래? 서운하게? 내가 당신 사랑하는 거 몰라? 난 당신 love한단 말이야!"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지려고 합니다. 사랑하는데 사랑하라니! 나도 최선을 다해서 아내를 사랑했는데 이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입니까? 맨날 유머를 준비하면서 웃기려고 했던 내 마음은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 마음속에 섭섭함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아내는 침착하게 조곤조곤 설명해줍니다.


"자기야,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내게 해주는 것은 Like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신이 해주는 것은 love라고 생각해! 당신은 늘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내게 해주면서 사랑한다고 우기잖아. Love 한다고 표현하는데 그건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닌 것 같아 그저 Like 할 뿐이야! 어쨌든 like가 아니라 내 마음을 읽고 love 하려고 노력해봐!"


아내의 사랑에 대한 일장연설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강요하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강요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물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강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물어보고, 관찰하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내 기분이 좋을 때만 사랑한다는 말을 툭 내려놓으면서 진심인 듯 연기했던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움에 말대꾸를 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에게 사랑에 대한 참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입니다. 아내는 희미한 힌트를 내려놓으면서 분발을 촉구합니다.

"일단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정말 좋아하는지 당분간 잘 관찰해봐!"


그날 제 스마트폰 메모장에 "아내노트"를 만들어서 아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들을 적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물어보면서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한 발자국 더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때로는 스무고개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여보 당신은 좋아하는 색이 뭐야?"

"파랑색"

"그럼 좋아하는 꽃은?"

"안개꽃"

"오호 그렇구나. 그럼 좋아하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

"그럼 좋아하는 한마디는 뭐야?"


아내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단호게 대답합니다.

"이 돈 당신 써!"


놀랍게도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도 아내에 대해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신혼초에 들었다가 깡그리 다 까먹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늘 사랑한다고 말만 했으니 아내 입장에서는 그저 알맹이 빠진 껍데기 같은 내 모습만 보였을 것입니다. 이후 아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되고 싶은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설픈 유머를 가지고 어떻게 한번 웃겨볼까의 차원을 넘어 이제 질문은 어떻게 하면 내 아내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까를 궁리하게 되는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TV를 시청 중인 아내가 드라마 여주인공이 했던 귀걸이를 보면서 감탄을 합니다. 우와 이쁘다, 하나 갖고 싶다는 마음을 무심결에 표현합니다. 기회는 이때다 곧바로 메모해놓고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목걸이가 예쁘긴 예뻤나 봅니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어디서 구매할 수 있는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곧바로 주문을 해놓고 며칠 후 아침밥상을 마주하면서 슬쩍 아내의 손에 목걸이를 쥐어줬습니다. 그때 아내의 환호성 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 아이처럼 행복해했습니다.

"당신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읽어?"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하! 아내가 원하는 것들은 이미 아내의 말과 표정 속에 정답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이후에 아내가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원하는 것들을 메모해두었다가 함께 했을 때 아내의 반응은 늘 감동이었습니다.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아내가 알려준 비법을 그대로 실천했을 뿐인걸요.


황금보다 현금이 낫고, 현금보다 지금이 낫다는 말장난이 한때 유행이었습니다. 한 단계 나아가서 지금보다 더 귀한 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궁금"이었습니다. 상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야말로 궁금의 결정체입니다. 한 사람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아지면서 우린 그 사람에게 더 깊은 관심을 줄 수 있습니다. 관심은 관찰을 낳고, 관찰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냅니다. 사랑은 끝없는 관심, 관찰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20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아내가 궁금합니다. 신기하게도 궁금하면 궁금할수록 더 궁금한 것이 생겨납니다. 한마디로 궁금의 미궁에 빠져버렸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여전히 궁금하고, 아내를 다 이해하진 못해도 사랑할 수 있으니깐요!

============================================

아내를 더 멋지게 사랑하는 탁월한 방법 2편이 있어요.

2편까지 읽으신다면 당신은 이미 프로사랑꾼! 남편들 힘내세요!!

https://brunch.co.kr/@humorcenter/11

===========================================
2020년 쥐띠해에 맞는 위트있는 새해인사멘트와 건배사활용멘트 방금 올렸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https://youtu.be/gS-Gj5ZxTB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