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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상의유머학교 Feb 09. 2020

#03.김제동에게서 배우는 긍정과 치유의 해학유머

가지고 놀 것인가? 가지고 놂을 당할 것인가?

초등학교 다닐 때 옆 동네에 사는 한 여자 친구가 떠오릅니다. 그녀는 늘 자신의 눈이 작다고 불평했습니다. 눈이 작아서 책이 잘 안 보여 공부를 못하고, 운동도 못한다고 핑계를 댑니다. 성격이 지랄 같은 것도 눈이 작아서이고, 키가 작은 것도 눈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다 눈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눈이 약간 작은 편이긴 했지만 그렇게 자책할 정도는 아닌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눈 작은 것이 열등감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직장을 다니자마자 제일 먼저 쌍꺼풀 수술을 했습니다.


언젠가 동창회에서 만났을 때 옆 자리에 앉은 그녀는 슬쩍 이렇게 말합니다.

"야.. 규상아. 나 코가 작은 것 같지 않냐?"

그녀는 결국 코 높이는 수술을 했습니다. 이후 동창회가 있을 때마다 얼굴이 조금씩 변해가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 프로그램에서 김제동 씨를 만나게 됩니다. 그도 눈이 작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눈이 작아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다고 말합니다.

"저는 눈이 작아서 정말 좋습니다. 눈이 작아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아폴로 눈병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먼지가 들어가지 않아서 좋습니다. 저는 눈이 작아서 사람을 볼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봅니다.. 하하하"

무심코 아내와 TV를 보다가 웃음이 터졌습니다. 와우! 저렇게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가 있구나! 저것이 바로 진정한 유머인 게지! 세상에 눈이 작은 것을 저렇게 유머 소재로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는 단순한 멘트를 통해 자존감을 지키면서 스스로를 긍정과 자신감으로 물들였습니다.


누군가는 작은 눈이 오랫동안 열등감의 씨앗이 되고, 누군가는 작은 눈 덕분에 자신감을 지키며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유머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은 눈이 그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작은 눈을 가지고 노는 셈입니다. 사회적 통념상 약점이나 단점일 수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서 따뜻한 햇빛을 들이댑니다. 

"여러분, 저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습니다. 왜냐하면 평생 바람피울 것 같지 않은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김제동의 저런 유머적인 사고는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김제동처럼 오랫동안 감추고 있었던 제 마음깊은 곳에서 곰삭은 상처들을 끄집어내서 해학하며 가지고 놀고 있더라고요.

"하하.. 저는 말을 잘 못합니다. 그래서 거짓말도 못합니다."

"저는 대학 4수를 했습니다. 덕분에 무엇을 하든지 끝까지 목표를 지키는 사수 마인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 때 사업실패로 몇 억의 빚을 졌었습니다. 배우려면 수업료를 내야 하듯, 저도 인생공부를 하는데 과감하게 투자 좀 했습니다. 하하"

유머는 후시딘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긍정의 새 살이 돋아났고, 아픔을 즐거움으로 바꿔버리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머는 마음의 독을 해독하며 아픔을 장점으로 바꾸는 놀라운 기능이 있다. “

그의 말대로 자신을 가지고 노는 유머는 타인을 즐겁게 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치유하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단점, 약점, 아픔, 상처 등을 껴안고 살아가면서 평생 아파합니다. 그 상처들을 다시 끄집어내서 곱씹으면서 인생이 왜 이렇게 쓰고 아프냐고 한탄합니다. 과거의 상처들이나 아픔이 평생 시도 때도 없이 마음대로 그 사람을 가지고 놀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오랫동안 휘둘리게 되면 인생 내내 열등감에 빠지게 됩니다.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에 둘러싸여 삶이 쪼그라들게 됩니다. 


하버드 대학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60년간의 연구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의 힘이 무엇인지 궁리했습니다. 그리고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들은 슬픔을 극복하는 도구로 유머를 활용하고 있음을 찾아내면서 유머야말로 역경을 이겨내는 최고의 방어기제라고 극찬합니다.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나요? 품격 있는 유머감각을 갖고 싶나요? 그럼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정말 괴로웠던 일, 우스꽝스러웠던 일, 유독 아팠던 경험, 내 열등감을 만든 약점과 단점들, 두려움에 떨었던 상황 등에 유머를 들이대보세요. 치유와 웃음을 만드는 아름다운 유머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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