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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상의유머학교 Feb 01. 2020

#02. 개그맨 지상렬씨의 신묘막측한 이종교배유머기법

"우와! 정말 최고 음식이네요.

 오랜만에 오장육부에 제대로 효도를 했네요"


얼마 전 개그맨 지상렬 씨가 탤런트 김수미 씨가 진행하는 '수미네 반찬'프로에  패널로 출연했습니다. 출연자들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고 맛을 평가하는 시간이었는데 개그맨 지상쳘씨가 했던 말입니다. 아내와 한참 군침을 흘리면서 보다가 '오장육부에 효도'라는 멘트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개인적으로 개그맨 지상렬씨를 언어의 마술사라고 부릅니다. 그는 이미 수도 없이 세상에 없는 애드리브와 위트로 자신만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영역을 구축한 연예인입니다. 


그의 표현은 기존에 들어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유머 장르입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언어를 최적의 상황에서 구사함으로써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오늘은 기존에 방송에서 구사했던 표현을 통해 그의 심오한 감각을 커닝해보겠습니다.


그의 가장 탁월한 감각은 다른 영역에 존재했던 단어를 모셔와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곳에  새로운 단어를 이식시켜 그 의미를 더 생생하게 합니다. "맛있고 영양가 있다"라는 표현에 "오장육부에 효도했다"라는 것처럼, 그저 맛있다고 표현할 있는 상황인데 효도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독특한 표현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는 이런 말장난 기법을 비유라기보다는 "이종교배 문장"이라고 부릅니다. 익숙했던 기존의 표현을 전혀 익숙하지 않게 표현하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을 터지게 하는 대부분의 위트는 이런 이종교배 단어를 채용했습니다. 


“네가 왜 남의 인생에 깜빡이를 켜고 들어와." 

왜 남의 인생을 방해하느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왜 깜빡이를 켜고 왜 남의 인생 속으로 막 들어오느냐라는 뜻인데요.  당연히 듣자마자 웃음이 터지고 고개를 끄떡이게 합니다. 


일단 한번 그가 했던 다양한 이종교배 말장난을 살펴보면서 그는 어떻게 새롭고 독특한 단어를 찾아내는지 살펴볼까요?


 "너 언제부터 내 말에 리플을 달았어?(말대꾸를 할 때)”

“형님, 오늘 유머 와이파이가 잘 뜨네요.(상대의 말이 재미있을 때)”

“ 네가 왜 내 인생에 리모컨을 쥐어(이래라저래라 할 때).”

 “제가 어릴 적에 혀에 기름칠 좀 했어요(영어 잘했다는 표현).”

 “너 오늘 훈민정음 드리블 좀 하는데.(말을 잘할 때)” 

말대꾸를 리플로, 재미있다는 말이 유머 와이파이가 떴다는 말로, 이래라 저래라라는 말을 리모컨으로, 말을 잘한다를 훈민정음 드리블로 표현합니다. 그의 매력은 바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은 표현을 이렇게 서로 다른 영역의 단어를 모셔와서 유쾌하게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단어의 이종교배는 상황에 맞게 전혀 새로운 영역의 단어를 찾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고도의 단어 감각과 문장 감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제가 여러 번 활용했던 지상렬 씨의 표현이 있습니다. 

한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듣고 나더니 지상렬씨가 이렇게 표현합니다. 

"노래가 완전 효자손 이네요. 시원하게 긁어주네요"


노래가 시원하다는 비유를 효자손으로 표현합니다. 그는 노래를 들으면서 최적의 단어를 찾으려고 궁리했을 겁니다. 순식간에 이런 단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언어의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겠죠. 사실 일반인이 그의 언어감각을 따라 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의 표현을 보고 반해서 똑같은 패턴을 따라서 몇가지 응용해봤습니다. 

"노래가 완전 박카스입니다. 시원하게 뻥 뚫어주네요"

"노래가 옛날짜장이네요. 어릴 적 추억을 아련하게 불러오네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비유를 잘하는 사람을 천재라고 했습니다.

 “비유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은 남에게서 배울 수 없는 천재의 특징이다. 왜냐하면 비유를 능숙하게 다룬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물들의 비슷한 점을 빨리 간파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사물, 두 개념 간의 비유는 역발상과 같은 기발함으로 웃음을 만듭니다. 그래서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비유적인 표현에 뛰어납니다. 


비유를 넘어선 지상렬 씨의 전매특허 기법인 이종교배 기법으로 탄생된 표현들을 더 살펴볼까요

- 간에 알코올 저장하러 가자. (술 마시러 가자.)

- 와우, 혀로 드리블 좀 하는데. (오, 말 잘하는데?)

- 이 사람들이 입에서 쓸개가 나오네. (사람들이 말을 막 하네.)

- 깜빡이가 이쪽으로 가네. (눈이 이쪽을 보게 되네.)

- 어디다 대고 지문을 묻혀? (어딜 만져?)

- 너는 식혜의 밥알이야, 언제 가라앉을지 몰라! (너 언제 인기 떨어질지 몰라!)

- 이마에서 벌써 암반수 터졌네. (이마에서 땀이 나네.)

- 혀에 니스 좀 발랐구나. (말발이 좀 되는구나.)

- 너 아까부터 왜 자꾸 핑거질이야! (너 아까부터 왜 자꾸 손가락질이야!)

유머와 위트 없이도 기막힌 비유와 표현법으로 사람을 웃기는 지상렬 씨의 능력이 정말 신묘막측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까?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를 궁리하기 전에 일단 한 두 개라도 여러분의 대화에서 응용해 대화해보세요. 반복해서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여러분만의 신묘한 표현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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