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 좋게도 국내 L대기업과 S대기업을 경험했습니다. 기간으로 치면 10년 정도 대기업 생활을 경험한 것이죠.
그래서 대기업 현직에 있는 동기, 선배, 후배, 동갑내기, 나이는 많지만 후배, 나이는 어리지만 선배, 형님, 누나, 형, 아저씨, 누님, 아재, 꼰대 임원, 만년 팀장,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홍콩지사에 갔다가 다시 살아나서 다니는 실장님 등등 많은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 만난 친구는 S대기업의 통신 계열사에 다니는 동갑내기입니다. 동갑내기이긴 하지만 저보다 취업한 해가 빨라 벌써 15년 차 직장인입니다. 15년 전 S대기업 통신회사에 입사해서 지금까지 쭉 다녔습니다. 하지만 최근 회사에서 공개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며 친구의 걱정이 깊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미 공개 되었던 내용인지라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 대기업에서, 현금이 부족하거나 당장 경영이 어렵지도 않은데 선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는 이유는, 빅테크와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통신회사에서도 어느새 AI를 필두로 빅테크의 접목이 강화 되었습니다. 빅테크의 강화로 친구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는 이유는 크게 2가지라고 합니다.
빅테크 기술의 확대로 일자리가 줄어듦
대형은행의 구조조정과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무인화 점포가 늘어나자 은행에서는 선행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감에도 지금이 인력을 개편할 시기라고 보는 것입니다. 통신회사도 최근 확대된 AI 기술 접목 등으로 실제 고용하는 사람들의 인원은 과거 대비 많이 줄었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의 일자리 마저 줄이고 있습니다.
빅테크 기술을 선도하거나 최소한 따라잡지 못하는 직장인의 입지가 줄어듦
친구 회사의 희망퇴직 1순위가 바로 이 빅테크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집단이라고 합니다. 대부분 나이는 많고, 예전에 습득한 기술로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인 거죠. 그래서 회사는 지금 당장 위로금 등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런 집단을 선제적으로 회사에서 내보내서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친구도 이런 상황을 보며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15년 회사에 다니는 동안 주로 사업장 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본인도 미래에는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것을 안다고 합니다. 그래서 1살이라도 어렸을 때, 아예 업종을 바꿔 희망퇴직 위로금과 퇴직금으로 프랜차이즈식당에 도전하는 것도 친구는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미생'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10년 전에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군요.
저는 20대 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술집을 잠깐 경영(?) 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당시에 영업과 매출을 맡았기 때문에 진정한 경영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친구는 예전에 저와 한 대화를 기억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저를 찾아온 것이었죠. 그나마 친구 주위에 장사를 경험한 사람이 없어 저에게 찾아왔다고 합니다.
저도 15년 전 장사 경험이었고, 그나마 한정된 업무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에 읽고 있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친구와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사실 이 내용은 고명환 사업가이자 강연자이자 코미디언이자 작가님의 책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돈과 직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공부하는 만큼 나가는 돈을 막을 수 있다.
by 고명환 작가님
프랜차이즈 식당 개업을 고민하는 친구가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한 친구의 고민이 아니라 어중간한 나이의 많은 직장인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나 친구를 보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제 친구는 대기업에서 그동안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하며 꽤 돈도 모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창업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구요. 하지만 이 안정이 깨질 위기(변화)에서는 그간의 안정적으로'만' 했던 직장생활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느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추천드리는 건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너무 성급해지지 말고 천천히 고민을 많이 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고민을 하고 답을 얻을 수 있느냐고요? 저는 독서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독서경력이 미천함에도 책을 읽으면서 고민을 많이 해결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했는데, 이제는 고민하고 생각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단계로 넘어왔고, 실제 경험하고 있습니다.
친구에게도 똑같이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고명환 작가님의 책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선물했습니다. 저는 책 잘 사주는 꼰대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