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그다드Cafe Dec 09. 2024

부장님을 피하는 이유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젊어지는 비결은?

연말연시에 저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전의 저의 활기찬 농담과 웃음, 그리고 싱그러운 구라를 기대하고 술자리를 청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달라지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가급적 술자리는 피하고 차분히 연말을 맞이할 생각입니다. 이왕 마음먹었으니 새해부터가 아니라 '지금, 여기'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술자리를 피하다 보니 섭섭함을 토로하는 지인도 생기더군요. L기업에 다니는 17년 차 S부장님(지금은 통합 직급 여파로 '책임'이지만 부장님으로 표현하는 게 이 글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되어 부장님이라고 적었습니다)도 그중 한 분입니다. 저보다 나이는 3살 많고, L기업에서만 17년째 쭉 다니시는 분입니다.


제가 L기업 다닐 때 친해졌는데, 제가 L기업을 떠난 이후로는 편하게 형동생 하는 사이입니다. 그간 S부장님과는 일 년에 두세 번 만나서 편하게 술도 마셨고요. 하지만 제가 올겨울에는 각종 핑계를 대며 술자리를 피하자 S부장님이 조금 섭섭하셨나 봅니다.


사실 제가 S부장님을 살짝 피하고 있는 이유는, 이제는 S부장님을 만나도 별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기 때문입니다. S부장님을 만나면 대화는 늘 정해진 패턴을 따릅니다. 부동산 이야기로 시작해서 회사 이야기, 골프 이야기, 회사에서 골프 친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부동산이 올라야 회사를 편하게 다닐 텐데"라거나 "부동산이 올라야 골프를 더 자주 칠 텐데"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됩니다.


이 대화 패턴을 알아챈 순간, 굳이 S부장님을 만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10년 전 대리였던 S대리님이나 지금의 S부장님과는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10년 전 S대리님은 패기라도 있었고 더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친해졌고요.


반대편에 송길영 작가님이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송길영 작가님의 강연도 듣고 책도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대예보 시리즈를 출간하시고 유튜브와 강연도 더더욱 활발히 하시더군요. 이분은 10년 전에 비해 지금 생각이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 (물론, 외모도요 :))

(좌) 지금의 송길영 작가님 (우) 10년 전 송길영 작가님. 무슨 차이예요?


이 두 분을 보며 인생의 서로 다른 길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S부장님과 송길영 작가님의 차이점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시야의 차이입니다. S부장님의 세상은 회사와 그 주변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골프, 회사 생활... 이 세 가지가 그의 우주의 전부인 듯합니다. 반면 송길영 작가님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봅니다. 기술의 변화, 사회의 흐름,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까지, 그의 관심사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죠.


둘째는 호기심의 방향입니다. S부장님의 호기심은 자신의 생활 반경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골프 스코어를 더 잘 내는 법, 부동산 가격이 오를 징후가 있는지만 살피시죠. 하지만 송길영 작가님의 호기심은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향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변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미래 사회의 모습까지. 이런 차이가 결국 두 사람의 10년을 다르게 만든 것 같습니다.


셋째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S부장님은 변화를 불편해합니다. 직급 체계가 바뀌는 것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것도, 모든 변화는 그에게 스트레스입니다. 반면 송길영 작가님은 변화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도 즐기시죠.


이제 저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분명해졌습니다. 술자리를 줄이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우리는 모두 S부장님처럼 될 수도, 송길영 작가님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저는 제 선택을 했고, 그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선택을 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그 선택이 자신의 진정한 바람에서 나온 것인지만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