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톱니바퀴의 각성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서 세후로 월 6XX만원 받는 삼성전자 현직 부장님(줄여서 '삼부장')의 글을 읽었습니다.
삼부장의 고백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나는 복제 불가능한 사람인가?"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회사의 틀 안에서 성장하며 어느 정도의 직위에 올랐지만, 삼부장이 느끼는 위기감은 명확합니다. 바로 20년 동안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지 못하고 회사만 열심히 다닌 데서 오는 불안입니다. 삼부장 눈에는 저마다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이 부러운 겁니다. 왜냐하면 정작 본인은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회사 생활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달아서 그렇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 부장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회사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곤 합니다.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되어가는 동안,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이 질문이 아무리 회사 다닐 때 월 600을 받아도 불안한 이유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월급이 많다면 많은 건데..."라는 한탄입니다. 회사 생활에만 올인하다 보니 다른 길을 볼 여유도, 그 길을 걸어본 선배의 조언을 들을 기회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성공이 진정한 성공도 아니고, 회사가 없어지면 월 600도 함께 사라질게 자명하다는 것을요.
이 글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까? 나를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회사를 떠나도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있습니까?
진정한 성장은 어쩌면 회사 밖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깊이 파고들거나, 새로운 시장의 흐름을 읽고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를 '복제 불가능한 인재'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회사라는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불확실성과 마주할 용기,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용기,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세스 고딘의 <린치핀> 중에서 한 구절을 옮기며 이번 글을 마무리합니다.
엄청난 책임감과 자유를 누리면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대우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감정노동을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톱니바퀴가 아니라 인간으로 대우받는다.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힘들게 일하지 마라. 결국 벼룩신문에 나오는 일자리나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