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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른 이유

책소개 같지 않은 책소개

by 바그다드Cafe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그 길고 지루했던 시간들을 기억하시나요? 하루하루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고, 일 년은 끝나지 않을 여정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알처럼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파이브 데이즈>에서는 이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대화가 나옵니다. 등장인물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나이에 따른 시간 인식의 차이를 언급합니다. 네 살 아이에게 일 년은 그 아이의 전체 삶의 4분의 1이지만, 39세 성인에게는 39분의 1, 72세 노인에게는 72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우리 삶에서 일 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설명입니다.


이 상대적 인식 이론은 과학적으로도 뒷받침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시간 지각의 상대성'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경험과 정보를 처리할 때 더 많은 신경 활동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 길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한 패턴이 늘어나면서 뇌는 이를 처리하는 데 적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출퇴근길이나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 동안 '자동 조종 모드'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결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주의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현재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들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경험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우리는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계획 사이에서 시간을 분할합니다. 이러한 분산된 주의력은 현재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게 합니다.


케네디의 소설에서 언급되었듯이, "시간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아. 언제나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고, 일주일은 7일이며, 1년은 365일이지. 바뀌는 건 시간의 흐름에 대한 우리의 느낌이지." 물리적인 시간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느냐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어떻게 더 풍요롭게 경험할 수 있을까요?


시간의 주관적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시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바꿀 수 있습니다.


일상을 뒤집어 보세요.

한 달에 한 번, 완전히 예상치 못한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부터 세 정거장만 이동한 뒤, 그곳에서 무작위로 걸어보며 전혀 모르던 동네를 탐험하거나, 평소 절대 선택하지 않을 장르의 공연을 보러 가보세요. 무작위성이 주는 신선한 자극은 뇌에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며 시간의 밀도를 높여줍니다.


기억의 앵커를 만드세요.

매일 저녁, 그날 경험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단 한 문장으로 기록해 보세요. 일주일에 한 번은 그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한 달에 한 번은 그 문장들을 바탕으로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의식적으로 기억을 조직화하는 행위는 시간에 더 많은 무게와 질감을 부여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 시간을 경험하고 채워나가느냐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입니다. 케네디가 소설에서 말했듯이,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한 만큼 더 빨리 흐르는 듯 느껴지는 거야." 바로 그 소중함을 인식하고 매 순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어떻게 풀어보고 경험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간을 다르게 바라보고, 더 깊이, 더 의미 있게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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