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심층분석
프롤로그
저는 LG 계열사에서 10년 가까이 일했고, SK 기름집 계열사에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영업전략구매투자해외사업지원인사총무물류대외협력팀’의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를 잘 모르는 분들 중, 왜 SK에서 지금의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직 초기에 저는 이 질문에 대답을 똑 부러지게 못했습니다. 이직의 정당성에 대해 느낌적인 느낌은 있었지만, 이 느낌을 언어로 잘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야 정확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주위에 멍부와 멍게가 너무 많았습니다. 멍부와 멍게 사이에서 숨이 막혀 살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 지금의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중소기업은 더 큰 어려움이 많더군요. 마치, 쓰레기차를 피하려다 똥차를 만난 격입니다. 이직은 신중해야 합니다. 저를 보고 반면교사 삼으시면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평가하기에 저는 멍게일지 모릅니다. (절대 저는 멍부가 될 수 없습니다. 천성이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똑게가 되고 싶은 멍게이기 때문에 아직 발전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회사에 왜 이렇게 멍부와 멍게가 많은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멍게인 저는 똑게가 되고 싶거든요) 심지어 대기업인 LG와 SK에도 멍부와 멍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멍부와 멍게의 세계가 궁금합니다. (기획 시리즈로 '멍부와 멍게가 알고 싶다'로 몇 편 글을 써볼까 합니다)
현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는 분류법이 있습니다. 바로 지능과 근면성을 기준으로 나누는 네 가지 유형입니다. 멍게(멍청하고 게으른), 멍부(멍청하고 부지런한),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 이 중에서도 특히 논쟁적인 두 유형, 멍게와 멍부에 대해 한번 살펴보려 합니다. 과연 회사에 더 해로운 존재는 누구일까요?
## 멍게: 멍청하고 게으른 직원의 초상
멍게형 직원은 말 그대로 멍청하고 게으릅니다. 업무 능력도 떨어지고, 일할 의지도 없습니다. 출근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SNS 구경과 커피 마시기, 그리고 화장실 들락날락하기입니다. 점심시간은 11시 30분에 시작해서 1시 30분에 끝나는 매직을 부립니다. (멍게의 이음동의어는 마술사입니다)
멍게의 하루는 대략 이렇습니다:
9:00 - 출근 체크만 하고 커피 마시러 가기
9:30 - 컴퓨터 켜고 메일함 열어두기
9:31 -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보기
12:00 - 점심 먹으러 가기
14:00 - 커피 마시면서 동료와 수다 떨기
15:00 - 잠깐 업무 하는 척하기
16:30 - 퇴근 준비
17:55 - 가장 먼저 퇴근하기
멍게형 직원의 최대 장점은 기대치가 낮다는 것입니다. 멍게가 가끔 제대로 된 일을 하면 모두가 깜짝 놀랍니다. "어머, 김 대리가 보고서를 제출했어요!"라는 말이 사무실에 퍼지죠.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요.
## 멍부: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열정의 소유자
반면 멍부형 직원은 업무 능력은 떨어지지만, 일에 대한 의지와 열정만큼은 넘칩니다. 항상 "열심히"가 모토인 이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 퇴근합니다. 문제는 그 많은 시간 동안 생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멍부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7:30 - 남들보다 일찍 출근
7:40 - 사무실 불 켜고 에어컨 틀기
8:00 - 업무 시작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름
9:00 - 동료들에게 불필요한 이메일 20개 보내기
12:00 - 점심은 10분 만에 먹고 복귀
13:00 - 잘못된 방식으로 문서 정리하기
18:00 - 동료들 퇴근해도 자리 지키기
21:00 - 마지막까지 남아 "열심히 일함" 어필하기
멍부형의 최대 장점은 성실함과 회사에 대한 충성도입니다. 이들은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네, 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비록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지만요.
## 조직에 미치는 영향: 멍게 vs 멍부
### 멍게의 경우
멍게형 직원은 회사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1. **업무 공백** - 담당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다른 직원들의 부담이 늘어납니다.
2. **사기 저하** -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저렇게 놀아도 똑같은 월급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3. **리소스 낭비** - 자리는 차지하지만 생산성은 거의 없어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입니다.
하지만 멍게는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피해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멍게는 일을 안 하기 때문에, 망치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죠.
### 멍부의 경우
멍부형 직원은 이런 영향을 미칩니다:
1. **비효율적 업무 과다** -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일에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2. **조직 혼란** - 열심히 하지만 방향성이 잘못되어 다른 팀원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3. **리소스 낭비** -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4. **의사결정 지연** - 모든 일에 관여하려고 해서 프로세스가 지연됩니다.
하지만 멍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피해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망치는 일도 많아, 다른 사람들의 업무까지 방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결론: 과연 누가 더 나쁠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는 멍게보다 멍부가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멍게는 그저 자신의 업무만 처리하지 않는 반면, 멍부는 자신의 잘못된 열정으로 조직 전체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한)가 가장 바람직하고, 그다음으로는 똑게(똑똑하고 게으른)가 조직에 도움이 됩니다. 똑게는 게으르지만 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력으로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똑게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경영 컨설턴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바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보보다 위험하다. 후자는 적어도 손해를 제한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열정 페이' 하면서 실제로는 '열정 손해'를 끼치는 멍부형 직원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멍게도 문제지만, 적어도 그들은 회사의 컴퓨터로 유튜브나 보면서 조용히 있으니까요.
여러분의 회사에는 어떤 유형이 가장 많으신가요?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대, 여러분은 어떤 유형에 가장 가까운가요? 저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똑게가 되고 싶은 멍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