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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할 때 써먹기 좋은 핑계

이직의 진짜 기술

by 바그다드Cafe

이직을 결심하는 순간, 모든 직장인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이 가득합니다. "퇴사하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우아한 표현으로 포장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이직 면접에서 "왜 이직하려고 하시나요?"라는 불가피한 질문을 받았을 때, "팀장님이 저를 괴롭혀서요" 대신 전문적으로 포장된 핑계가 필요합니다. 이직의 진짜 이유를 유쾌하게 포장할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 "강점 활용과 역량 확장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진짜 속마음: "이 회사에서는 내 재능이 썩고 있어요")


"저는 데이터 분석과 전략 기획에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만, 현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엑셀 셀 색칠하기와 커피 타기에 쓰고 있네요. 귀사에서는 제 손가락들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출 기회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회사에서는 제 강점이 '회의실 빨리 예약하기'와 '프린터 종이 걸림 해결하기'정도로 제한되어 있거든요."

이 답변은 자신의 강점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더 의미 있게 활용하고 싶다는 열망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합니다. 직접적인 비판은 피하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드러냅니다.

2. "전문성 심화와 경력 발전 계획이 있습니다"
(진짜 속마음: "승진은 100년 걸릴 것 같아요")


"제5년 경력 계획은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현재 회사에서도 성장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빙하가 움직이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라서요. 귀사는 디지털 마케팅의 F1 레이싱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경력이라는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고 싶어요. 현 회사에서는 승진을 기다리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릴 것 같거든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제 인생한테 너무 미안해요."

이 답변은 장기적인 경력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면서도, 현재 회사의 느린 성장 속도에 대한 불만을 재치 있게 표현합니다.

3.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진짜 속마음: "매일 똑같은 일에 지겨워 죽겠어요")


"현 직장에서 5년간 안정적으로 일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너무 많은 경험을 했죠. 사실 같은 경험을 약 1,825번 반복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제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오늘 할 일을 꿈에서도 알 정도가 되었습니다. 귀사는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이라고 들었는데, 제 뇌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합니다. 사무실에서 좀비처럼 돌아다니지 않기 위해서라도요."

이 답변은 루틴에 지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의 열정을 되찾고 싶다는 진정성 있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4.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진짜 속마음: "퇴근 시간에 퇴근하고 싶어요")


"제 경력이 발전함에 따라,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제 고양이가 '너 누구야?'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볼 때 더욱 그렇죠. 귀사의 유연한 근무 정책은 제가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회사 프린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가끔은 제 침대가 그리워서 사무실 의자에서 울컥할 때도 있어요."

이 답변은 현대 직장인의 워라밸에 대한 열망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도, 회사의 복지 정책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5. "조직 문화와 가치관의 일치를 찾습니다"
(진짜 속마음: "우리 회사 분위기가 너무 구려요")


"저는 협업과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현재 회사의 '각자도생' 문화와 '실수는 공개처형' 정책이 제 성장에 약간의 제한을 주고 있어요. 귀사의 '실패해도 괜찮아' 철학과 '함께 성장하자' 문화는 제가 밤에 식은땀 흘리며 깨지 않고 편안히 잠들 수 있게 해 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은 팀장님의 메시지 알림음만 들어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버렸거든요."

이 답변은 건강한 조직 문화에 대한 열망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도, 현 직장의 문제점을 간접적으로 암시합니다.

결론: 이직의 진짜 기술


이직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유머와 지혜를 발휘한다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면접관 앞에서는 위의 핑계들을 조금 더 순화해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만, 적어도 내면의 진짜 감정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과의 정직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결국 이직의 진짜 핵심은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저는 더 큰 성장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라는 전문적인 문장으로 포장하는 기술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전문적 포장'이야말로 직장인의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 중 하나가 아닐까요?

혹시 면접관이 "정말로요?"라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진심 어린 미소와 함께 "네, 물론이죠"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직장 생활의 진정한 달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모든 진실을 말하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즉, 우리는 프로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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