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근육이 달라서 그렇습니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유명한 대학교 야구팀에서 결승전을 앞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처음 결승전에 올라간 팀이라 선수들이 긴장했다고 합니다. 코치가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재미로 축구 경기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긴장을 풀어주자고 했던 일이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다음날 결승전에서 다들 몸살 기운과 컨디션 난조로 참패를 당했다고 합니다.
결론은, 야구는 야구에 쓰는 근육이 있고, 축구는 축구에 쓰는 근육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직장인이 퇴사하고 바로 창업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의 직장인의 근육과 창업 후 사장님의 근육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근육과 창업가 근육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직장인으로 단련된 습관과 사고방식은 창업 환경에서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의사결정 근육이 다릅니다. 직장인은 주어진 범위 내에서 결정을 내리도록 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창업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아무도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하는 무게감은 전혀 다른 근육을 요구합니다.
둘째, 실패 대응 근육이 다릅니다. 직장인은 실패를 피하도록 교육받았습니다. 실패는 낮은 평가와 불이익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창업 세계에서는 실패가 일상입니다. 빠르고 작게 실패하고,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이 필요합니다. 이 근육이 없다면 첫 실패에 무너지고 맙니다.
셋째, 불확실성 관리 근육이 다릅니다. 직장인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합니다. 월급날은 정해져 있고, 업무 범위가 명확합니다. 창업가는 끊임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불안감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넷째, 다양한 역할 수행 근육이 다릅니다. 직장인은 전문화된 영역에서 깊이를 추구합니다. 창업가는 모든 분야를 넓게 이해하고 때로는 직접 실행해야 합니다. 마케팅부터 재무, 인사, 영업까지 다방면의 지식과 실행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다섯째, 네트워크 구축 근육이 다릅니다. 직장인은 주어진 조직 내에서 관계를 맺습니다. 창업가는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고객, 투자자, 파트너, 멘토 등과의 관계 형성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퇴사 후 바로 창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이러한 근육 차이를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야구선수가 갑자기 축구 경기에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운동신경이 뛰어나도 다른 종목의 전문성을 단시간에 갖추기는 어렵습니다.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직장인 시절부터 창업가 근육을 미리 키우는 준비 기간이 필요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의사결정 경험을 쌓고, 작은 실패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기르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또한 창업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멘토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전환은 급진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 준비에서 비롯됩니다. 직장인 근육을 창업가 근육으로 전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때, 우리는 두 세계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얻은 전문성과 규율은 창업 여정에서 큰 자산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새로운 근육을 단련할 인내와 겸손함이 있어야 비로소 창업의 험난한 길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