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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숨구멍, 능동적 멍 때리기

멍 때리기도 전략입니다

by 바그다드Cafe

오전 11시 27분, 상무님의 파워포인트가 16번째 슬라이드에 접어들었습니다. "2차 전지 시장의 전망… 어떻게 생각하지?"라는 문장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순간, 저는 창밖의 구름이 어떤 동물 모양과 닮았는지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방금 전까지 열심히 회의에 집중하던 제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저는 '능동적 멍 때리기'라는 현대 직장인의 필수 생존 기술을 실행 중입니다.


능동적 멍 때리기란? 겉으로는 업무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잠시 다른 곳에 의식을 두는 미세한 정신적 휴가입니다. 일반적인 멍 때리기와 달리, 필요할 때 즉시 현실로 복귀할 수 있는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 높은 기술입니다.


"진팀장,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네, 말씀하신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지적하신 점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금 무슨 말을 했지? 아무래도 괜찮아. 적당히 동의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 85%는 넘어간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이런 순간적인 주의력 전환이 실제로 뇌에 필요한 휴식을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지속적인 집중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이런 미세한 휴식은 인지적 피로를 예방하는 방어 메커니즘입니다.


하지만 모든 멍 때리기가 동등하게 창조되지는 않았습니다. 진정한 전문가는 상황에 맞춰 능동적 멍 때리기 레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레벨 1(창문 응시): 가장 기본적인 형태입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약간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습니다. 심지어 진지하게 보일 수도 있어 "깊이 생각하는 중"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레벨 2(메모장 낙서): 노트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는 척하며 실제로는 기하학적 도형이나 미로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이때 가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레벨 3(전략적 화장실 탈출): "죄송합니다, 잠시 화장실 좀..." 이 한 마디로 시작되는 5분간의 자유. 화장실 개인 칸에서 얻는 짧은 고독은 현대 직장인의 명상실과 다름없습니다.


레벨 4(내면의 넷플릭스): 겉으로는 회의에 참석하지만, 내면으로는 어제 본 드라마의 다음 전개를 상상하거나 주말여행 계획을 세우는 고급 기술입니다. 얼굴 표정을 완벽하게 통제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레벨 5(초월적 업무 분리): 물리적으로는 회의실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경지입니다. 육체는 적절한 시점에 "네, 좋은 의견입니다"라고 자동 응답하도록 프로그래밍해 둡니다.


그렇다면 직장인은 왜 능동적 멍 때리기가 필요할까요? 한 뇌과학자는 "인간의 뇌는 끊임없는 집중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집중과 발산을 번갈아가며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8시간 연속 집중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또한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창의성은 종종 멍 때리는 순간에 찾아온다"라고 주장합니다. 갑자기 화장실에서 팀 프로젝트의 해결책이 떠오른 경험이 있다면, 이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절한 멍 때리기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모든 말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모든 이메일에 즉시 답장하는 동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지속 불가능한 기대치를 설정하는 일입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능동적 멍 때리기가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 집도 중인 외과의사, 비행기 조종석의 파일럿, 중요한 계약 협상 중인 변호사... 이런 순간에는 완전한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하루 중 몇 번의 전략적 멍 때리기는 정신 건강을 위한 필수 산소 공급과 같습니다. 문제는 '멍 때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얼마나, 어떻게 멍 때릴 것인가'입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flow) 상태"를 최적의 경험으로 설명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전략적 비몰입(strategic non-flow) 상태"의 중요성을 추가해야 합니다.


직장인의 하루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전력 질주만으로는 완주할 수 없습니다. 속도 조절, 잠시 걷기, 그리고 때로는 마음의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 회의에서 잠시 창밖을 바라보거나, 중요하지 않은 이메일을 잠시 무시하거나,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을 나설 때,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현대 직장인의 필수 생존 기술을 연마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동안 세 번 이상 다른 생각을 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미 능동적 멍 때리기의 자연스러운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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