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와 필살기의 우아한 하모니
쉬운 일을 어렵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직장 상사 B가 있습니다. 거기에 그는 또 신기한 필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말도 매우 기분 나쁘게 하는 필살기입니다. 이 두 가지 특기와 필살기는 묘하게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바로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정말이지, 보통 사람들은 "보고서 내일까지 부탁해요"라고 간단히 말할 텐데, 상사 B는 "자네, 내일까지 그 보고서 마감인 거 알지? 지난번에도 늦게 제출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그러지 말게. 다들 제때 내는데 자네만 늦으면 곤란하니까."라며 15초 만에 자존감을 지하실로 보내버립니다.
어떻게 이런 특별한 재능을 연마했는지 궁금해서 몰래 B의 책장을 살펴봤더니 <쉬운 일 어렵게 만들기: 전문가 과정>과 <상대방 기분 나쁘게 하는 3,999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꽂혀 있더군요.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이런 책만 열심히 읽고 있었나 봅니다. 어찌나 허탈하던지요.
한 번은 회사 워크숍에서 간단한 팀 빌딩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이컵 탑 쌓기"라는 유치원생도 할 수 있는 게임이었죠. 그런데 우리의 상사 B는 이 게임을 마치 국제 우주정거장을 설계하는 프로젝트처럼 만들어버렸습니다. "종이컵의 구조적 안정성을 고려해 밑면 배치를 최적화하고, 중력 중심을 계산해 수직 정렬이 유지되도록 해야 하는데..."라며 30분 동안 이론 강의를 했습니다. 테슬라의 머스크가 빙의한 줄 알았습니다. 물론, 다른 팀들은 이미 게임을 끝내고 커피 마시고 있었죠.
그의 이메일은 또 어떻습니까? "회의 2시에 시작"이라는 간단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세 단락짜리 대하소설을 보내옵니다. 첫 단락에서는 회의의 역사적 중요성을, 두 번째 단락에서는 우리 부서의 회의 참석률 저하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마지막 단락에서 겨우 회의 시간을 언급하죠.
이 모든 행동의 심리적 원인이 뭘까요? 제 분석으로는 그저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겁니다. 어린 시절 "너 정말 특별하구나!"라는 말을 충분히 듣지 못했나 봅니다. 그래서 이제 모든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 관심을 끌려는 것이죠.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그는 직장 생활을 너무 지루하게 느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미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요? 보통 사람들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할 때, 그는 부하직원들의 다양한 표정 변화를 관찰하며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덕분에 '눈빛으로 대화하는 기술'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그가 말할 때마다 팀원들끼리 교환하는 미묘한, 절망적인 눈빛은 그 어떤 텔레파시보다 정확하게 "오, 여기 또 시작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요즘엔 이 상사 B의 행동을 '직장 생존 게임'의 최종 보스라고 생각하며 즐기려고 합니다. 저는 1류이니깐요. 구체적으로 그가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설명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캐릭터 레벨이 올라가는 상상을 합니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서 숨겨진 '기분 나쁘게 하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빙고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이런 특별한 재주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억누르는 법을 배운 것뿐이죠. 그러니 다음에 직장 상사를 만나면 그의 독특한 재능에 감사해 보세요.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저 평범하고 효율적인 하루를 보냈을 테니까요. 얼마나 지루했을까요,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