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15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직장인을 만났습니다. 저마다 다른 직장인이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커리어 고민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할까?”
“나는 이 일에 재능이 있는 걸까?”
“다른 길로 가면 지금보다 나아질까?”
야근 후 귀갓길, 친구와 술자리에서, 혹은 혼자 집 소파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들이 마음 한구석을 파고듭니다. 그 순간 우리는 자연스레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보통 우리는 고민을 가장 가까운 사람과 나눕니다.
친구, 배우자, 가족, 직장 동료.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친구는 당신의 회사를 모릅니다. 가족은 당신의 업계를 모릅니다. 직장 동료는 당신의 진짜 속마음을 잘 모릅니다.
게다가 각자의 경험과 관점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괜찮은데 왜 그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야, 때려치워!”라고 쉽게 부추깁니다. 의견은 넘쳐나지만, 듣고 나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지기 쉽습니다.
왜 그럴까요?
커리어 고민의 본질은, 타인의 조언으로 쉽게 풀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커리어 고민의 핵심에는 두 가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1.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2.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결국 커리어 고민은 이 두 질문에 답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어떤 길로 갈 것인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다 이 두 질문의 교차점에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당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똑똑한 친구도, 경력 많은 선배도, 다정한 배우자도 당신의 진짜 ‘좋아함’과 ‘잘함’을 대신 정의해 줄 수는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말했습니다.
“너 자신을 알라.”
이 말은 지금까지도 모든 자기 탐구의 출발점이 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못하면 그 어떤 선택도 결국 남의 것이 되어버립니다.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몽테뉴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지식이다.”
몽테뉴는 ‘에세(essai, 시도)’라는 글쓰기 형식을 통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대화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저 “나중에 생각해 봐야지”라고 미루지만, 사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건 지금 당장도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평소에 스스로 던지는 질문들은 이렇습니다.
나는 언제 제일 몰입하지?
내가 잘하는데 남들은 잘 못하는 건 뭘까?
내가 이 회사에서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지?
내가 진짜 부러운 사람은 누구인가, 왜 그런가?
이 일을 안 하면 내가 정말로 후회할까?
시작은, 이런 질문들을 노트에 쓰는 것부터입니다. 노트 앱에 기록해도 좋고, 혼자 중얼중얼거려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타인의 언어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질문하고 답하는 것입니다.
커리어 고민은 사람들에게 물어볼수록 오히려 더 복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물론 멘토의 이야기를 듣고, 업계 선배의 조언을 듣는 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그건 참고용일 뿐, 절대 답안지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당신 자신이니까요.
니체는 말했습니다.
“자기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자만이, 자기 밖으로도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진짜 앞으로 걸어갈 힘도 생긴다는 뜻입니다. 커리어 고민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앞으로 가고 싶은 길을 정리해 나가야 합니다.
그 과정은 어쩌면 혼란스럽고, 답답하고, 때로는 불안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피하면, 아무리 많은 사람과 대화해도 진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커리어 고민의 끝은 결국 본인과의 대화입니다. 조용한 시간,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리고 느릿느릿이라도 답을 찾아보세요. 그게 진짜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