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tvN 예능 <더 지니어스>에서 개그맨 장동민 씨가 우승했을 때, 많은 사람이 놀랐습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는 장난기 많은 ‘말발 센’ 예능인에 가까웠지만, 프로그램 안에서 그는 치밀한 전략, 뛰어난 기억력, 빠른 관찰력으로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단순히 웃기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 판단력과 정보 처리 속도가 남다른 ‘전략가’ 였습니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건 간단합니다. 유머는 사실 지능이 높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개그를 하려면 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그 안에서 ‘엮일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고도의 두뇌 작업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기술만 잘해서는 주목받기 어렵습니다. 회의가 지루해질 때, 적절한 농담 한마디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사람, 긴장된 프레젠테이션에서 가벼운 비유로 웃음을 유도하는 사람—이런 동료가 꼭 기억에 남습니다.
좋은 유머는 준비된 대본이 아니라 즉석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창작 행위입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전혀 무관해 보이는 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조합할 수 있지만, 그 조합이 ‘상대방의 기분과 맥락’을 읽어 웃음으로 변환되는 일은 여전히 서툽니다. 그건 결국 ‘센스’와 ‘감정 읽기’가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유머의 힘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웃음을 만들어내려면 관찰력, 언어 능력, 상황 판단력을 동시에 써야 하기에 뇌의 전두엽이 풀가동됩니다. 그래서 유머를 단련하는 건, AI 시대에 꼭 필요한 ‘창의성 공부’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실패도 이야기 소재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좌절 대신 웃음을 남기고, 그 과정에서 회복 탄력성을 키웁니다. 웃음은 사회적 거리를 단축시키는 최고의 장치라서,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가까워지게 하고, 갈등이 생겨도 대화를 부드럽게 만드는 완충제가 됩니다. 결국 유머는 단순한 말재주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열쇠이자, 인간에 대한 호감을 상승시키는 가장 자연스러운 기술입니다.
직장은 수많은 협업과 조율이 필요한 곳입니다. 보고서도, 회의도, 프레젠테이션도 결국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유머는 집중력을 높이고,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또한 새로운 팀원과의 관계 형성 속도를 높이고, 리더에게는 팀 분위기를 조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갈등 상황에서 웃음이 한 번 터지면, 논의의 온도는 금세 내려갑니다.
많은 직장인이 자기계발이라고 하면 영어, 코딩, 자격증을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그것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AI가 빠르게 대체하는 영역을 생각하면, 진짜 투자해야 할 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결과 해석’입니다. 유머를 기르는 건 단순한 말재주를 넘어서 창의성/긍정성/대인관계 능력을 동시에 훈련하는 종합 훈련입니다. 이건 단순한 장기가 아니라, 커리어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역량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직장인의 조건은 두 가지라고,
하나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그리고 다른 하나는 웃길 줄 아는 능력입니다.
회의실에서 적절한 농담 한마디를 던질 수 있는 사람—그 사람은 이미 절반은 이긴 겁니다.